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 사퇴 등으로 맞선 의료계를 향해 대통령실이 직접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정부가 증원 계획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주장에 대통령실은 홈페이지를 통해 "130차례 이상 논의했다"고 반박하는 등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5개 쟁점에 대한 의료계 주장을 반박했다. 결국 국민 여론이 이번 사태를 판가름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은 이날 홈페이지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에 '의료개혁에 대한 오해와 진실 Q&A'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국정운영과 관련한 잘못된 의혹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겠다는 차원에서 마련된 코너로, 지난해 10월 '순방외교 국익 효과'라는 입장문이 게재된 이후 5개월 만이다.
먼저 대통령실은 '의대 정원 확대가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라는 주장에 대해 "필수의료 혁신전략 및 정책패키지 마련을 위해 총 130회 이상 소통했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독단 결정', '2,000명 증원 필요에 대한 근거 부족'을 반대 명분으로 삼고 있는 의사단체들의 예봉을 꺾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대한의사협회(의협)와의 공식소통 채널을 구성해 28차례 논의한 것을 포함해 의료계와 소비자단체 등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고 설명하면서 오히려 "정부는 공문(1월 15일)으로 의협에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지만, 의협은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다"며 의협의 무책임한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의대 정원 증원 규모가 과하다'는 의료계 입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부족한 수준이고 2035년까지 1만5,000명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보건사회연구원ㆍ한국개발연구원ㆍ서울대 등 전문가의 추계 결과 △지난 10년간 20대 의사 비중이 절반 줄고, 60세 이상 고령 의사 비중은 2배 늘었다는 통계 △1998년 이후 증원하지 못한 의대 정원 수치 등을 근거로 들었다.
'연 2,000명을 증원할 경우 의학교육 질이 하락한다'는 의사단체 주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증원해도 의학교육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근거로 △1980년대 의대 정원에 비해 현재 정원 수가 같거나 부족해졌고 △그럼에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 채용은 크게 늘었다'는 점을 들었다. 대통령실은 "정부가 지난해 말 각 의과대학 현장점검 등을 실시한 결과 2,000명 수준을 증원하더라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아울러 정부는 부처 협업을 통해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기초임상교수 확충, 필수 지역의료 임상실습 확대 등과 더불어 필요한 경우 재정적 지원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의사 수가 증가해도 지역ㆍ필수 의료로 가지 않는다'는 우려에 대해선 "2017년 전문의 자격 취득자의 2020년 근무지역을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하는 경우 비수도권에 남는 비율은 82%나 된다"고 주장했다. '의사 수 증가에 따른 의료비 부담 증가' 주장에 대해서는 "최근 10년간 건강보험 진료비와 활동 의사 수 통계로 분석한 결과 의사 수와 진료비는 상관관계가 미미하다"며 "의사 수가 늘면 소위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미충족된 필수 의료를 골든타임 내에 제공할 수 있어 의료비 등 사회ㆍ경제적 비용이 절감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