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로 일본 상륙한 비만약 '위고비'... 한국은 언제쯤?

입력
2024.02.22 14:58
22일 세계 9번째로 일본 시장 정식 출시
지난해 매출 407% 성장, 곳곳 품절 사태
현지 반응·동양인 효과 따라 한국에 영향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아시아 최초로 일본에 출시됐다. 앞서 위고비는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영국, 아이슬란드,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 등 기존 출시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으로 품절 대란을 겪은 바 있다. 세계 9번째로 출시되는 일본 시장에서의 반응에 따라 한국 도입 시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2일 일본노보노디스크는 홈페이지를 통해 위고비 발매를 공지했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후 1년 만에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일본보다 한 달 늦게 위고비를 허가했지만 출시 일정은 여전히 정해지지 않았다.

위고비는 단일 품목으로 지난해 전년 대비 40.7% 폭증한 313억4,300만 덴마크크로네(약 6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매출 596억6,500만 덴마크크로네(약 11조5,000억 원)로 이른바 '메가 블록버스터'(연 매출 100억 달러 이상인 의약품) 등극을 예고한 상태다. 세계적으로 빚어진 위고비 공급난은 생산시설 증설이 완료되는 2028년이나 해소될 전망이다.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은 2030년 130조 원 규모로 급성장이 예상된 가운데,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일리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양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위고비를 앞세운 노보노디스크는 매출이 31.3% 성장한 2,322억6,100만 덴마크크로네(약 44조5,000억 원), 영업이익은 4.5% 늘어난 1,025억7,000만 덴마크크로네(약 19조6,000억 원)를 기록했다.

위고비는 본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성분의 당뇨병 약으로 개발됐으나, 체중 감소 효과가 입증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싼 값에도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일주일에 1번 주사를 맞으면 68주 만에 15%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아시아 시장 공략을 노리는 노보노디스크가 일본을 선착지로 택한 건 위고비보다 앞서 나온 또 다른 비만약 '삭센다'의 높은 판매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매일 맞아야 하는 삭센다보다 투약 편의성이 개선됐기 때문에, 기존 수요를 흡수할 거란 기대다. 빠른 속도로 사용량을 늘려 아시아인에게 나타나는 위고비의 효과를 모니터링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일본에서는 위고비에 대한 반응이 서구권보다는 약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본의 비만 인구는 1,600만 명 수준이고, 그중 2.1%(33만 명)가 실제 비만증으로 진단받았다. 상대적으로 비만율이 높지 않고, 비만을 약으로 치료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나타나고 있다. 위고비의 보험 적용 기준도 서양보다 까다롭다. 미국이나 유럽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면 처방이 가능한데, 일본은 35 이상이어야 한다. 향후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 정도에 따라 한국 출시 시기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기자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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