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죗값을 치르게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21일(현지시간) “권도형이 금융 운영 분야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한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됐고, 미국으로 그를 보내기로 한 결정 근거는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대변인은 권씨가 3일 내에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씨의 신병 인도 대상국이 결정된 것은 그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지 11개월 만이다. 도피 기간으로 따지면 22개월 만이다.
권씨 측은 한국행을 바라고 있었다. 앞서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 정책 파트너”라며 권씨의 미국행에 무게를 뒀다. 반면 권씨의 현지 법률 대리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권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는 게 법적으로 맞는다고 주장해 왔다.
권씨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으면 중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인 한국과 달리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고 한다. WSJ는 권씨가 다음 달 25일 SEC가 제기한 소송으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전했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권씨는 암호화폐인 테라·루나의 폭락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채 해당 화폐를 계속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2년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 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2월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수백만 달러의 암호화 자산 증권 사기를 조직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 연방 검찰은 한 달 뒤 증권 사기, 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권씨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그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하고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