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히타치조선이 맡긴 법원 공탁금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된 것과 관련해 21일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일본 언론은 그러나 관련 소송 중 예외적 사례여서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오카노 마사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이 윤덕민 대사를 초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카노 사무차관은 윤 대사에게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에 명백히 반하는 판결에 입각해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지우는 것"이라고 말하고, "극히 유감"이라는 취지로 윤 대사에게 항의했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는 청구권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번 공탁금 수령에 대해 "일본 기업에 처음으로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관련 소송 중 예외적 사례여서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보수 성향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소송에서 일본 기업의 자금 면에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하면서, "관련 소송에서 공탁금을 한국 법원에 공탁한 일본 기업은 히타치조선뿐"이란 점도 함께 밝혔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도 "일련의 소송에서 일본 기업의 자금이 원고에게 넘어간 것은 처음"이라며 "히타치조선 강제동원 피해자 변호인이 '사실상의 배상이 일본 기업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히타치조선 강제동원 피해자 이모씨는 히타치조선이 지난 2019년 항소심 패소 후 서울고등법원에 맡긴 공탁금 6,000만 원 전액을 20일 '출급(채권자가 공탁금을 찾는 행위)'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3월 6일 일본 기업 대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 등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해법을 발표했다. 일본 기업 자금이 원고에게 직접 전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일본 언론은 이번 사례가 예외적이어서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제철 등 다른 소송에서 원고가 재단으로부터 배상 상당액을 받고 있으므로 이번 공탁금 수령이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야시 장관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히타치의 공탁금이 피해자에게 출급된 데 대해 "극히 유감"이라고 항의하면서도 "본건은 공탁금이 법원에 맡겨진 점에서 특수하고, 같은 종류의 사안에서도 다른 예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