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 기대 무너뜨린 개혁신당 결별... 책임 가볍지 않다

입력
2024.02.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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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가 제3지대 통합선언 11일 만에 결별한 것은 기성 정치권의 지분다툼 행태와 다를 바 없어 잠시나마 기대한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다. 총선을 50일가량 앞두고 전격 성사된 급조 통합이었던 만큼 이념·가치가 다른 세력 간 화학적 결합이 시험대였지만,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좌초한 것이다. 거대 양당 기득권을 위협하는 ‘3자 구도’를 희망한 중도층에 큰 과오를 남긴 점에서 양측은 각성해야 한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어제 “부실한 통합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며 개혁신당 합당 철회를 선언했고, 이준석 공동대표는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에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로써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만 독자행보에 나서게 됐다. 이준석 대표가 19일 최고위원회에서 총선 전권(全權)을 자신에게 위임하는 안건 표결을 강행하자 이낙연 대표 측이 “전두환 국보위냐”고 대응한 걸 보면 이미 감정적 파산 상태였음이 드러났다. 득실 계산에서 이준석 측이 파이를 키워 당을 장악했다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은 이낙연 측과 대비된다.

서로 지향점이 다른 건 통합신당 출발 때부터 누구나 아는 전제조건이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를 배제하려 한 것은, 자신의 지지층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옹호하는 배 전 부대표에게 반감이 큰 대목만 고집한 비(非)통합적 행보였다. 여성과 장애인 혐오 논란은 접어둔 채 서로의 공통점에 집중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결별로 이어진 책임이 없지 않은 것이다.

상당수 국민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이전투구에 지칠 대로 지쳐 단일 대안정당 출현을 갈망한 게 사실이다. 중도층에 그 선택지를 준다며 출범한 개혁신당이 계파 암투 끝에 총선을 치러보기도 전에 실망을 안긴 책임이 가볍지 않은 것이다. 정치 자체에 대한 혐오감과 무기력증을 키워 총선을 외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분노할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결별의 주역들은 어떻게 국민 마음을 되돌릴지 깊이 숙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