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박따박'. 모든 직장인은 한번쯤 이른 나이에 퇴직하고 매달 월급처럼 통장에 돈이 입금되는 것을 상상합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죠.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가 휘청거리고, 금리도 오르면서 건물주도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옵니다.
어떻게 하면 매달 생활비 수준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일찍 은퇴하는 '파이어족'을 꿈꾸지 않더라도 10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한데요.
우선 매달 얼마가 있어야 은퇴 이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부부의 월평균 최소 생활비는 231만 원, 적정 생활비는 324만 원입니다. 하지만 2022년 6월 기준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57만8,892원에 그친 것이 현실입니다. 약 200만 원의 추가 수익이 필요한 셈입니다.
투자 전문가들은 배당주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합니다. 최근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서면서 배당 확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고 부자로 꼽혔던 석유 재벌 록펠러도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유일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바로 배당금이 들어오는 것이라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죠. 무슨 주식을 어떻게 사야 월세를 받는 건물주처럼 따박따박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알아봤습니다.
국내 대표 배당주는 은행주입니다. 반도체나 이차전지 회사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등락이 크진 않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주주에게 꾸준히 배당을 하는 효자 주식들입니다. 사실 지난 몇 년간은 금융당국에서 배당 확대에 대해 경고령을 내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의 주가 부양을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면서 기조가 달라졌죠.
주요 금융사 중 배당금을 한 주 가격으로 나눈 시가배당률은 우리금융이 4.5%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하나금융(3.6%), KB금융(2.5%), 신한금융(1.2%) 순입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은 KB금융이 38.6%로 가장 높았고, 하나금융(37.1%), 신한금융(36.3%), 우리금융(33.7%)이 뒤를 이었습니다.
올해 배당액을 크게 늘린 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대표적입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결산배당을 전년도에 비해 40% 증가한 주당 8,4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우선주인 '현대차2우B'는 100원 더 많은 주당 8,50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아도 전년 대비 2,100원 인상한 5,600원으로 정했습니다. 결산배당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시가배당률은 각각 4.6%, 6.4%입니다.
한 가지 팁이 더 있습니다. 결산배당 기준일을 2월로 옮긴 기업은 작년 말 결산배당과 올 1분기 배당을 함께 받는 '더블 배당'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내가 산 주식이 더블 배당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고 꼭 두 번의 배당을 모두 챙기길 바랍니다. 참고로 4대 금융주와 현대차, 기아 모두 더블 배당이 가능합니다.
미국 주식 계좌를 갖고 있는 분은 미국 배당주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미국 경기 호황이 이어지면서 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배당수익률 전망치를 기존 4%에서 6%로 상향 조정했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도 "2024년이 배당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배당주 투자를 적극 권장했습니다.
미국 대표 배당주는 브로드컴, 코스트코 등이 꼽히는데요. 우리가 잘 모르는 미국 개별 기업을 분석하는 것보다 우량 배당주를 모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전한 방법입니다. 지난 몇 년간 서학 개미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배당 ETF는 '슈와브 미국 디비던드 에쿼티(SCHD·슈드)'입니다.
슈드의 연간 배당률은 평균 3.6% 수준으로 높진 않지만, 지난 10년간 연평균 배당 성장률이 12~13%에 달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보여 왔습니다. 장처럼 오래 묵혀 두면 복리의 마법을 기대할 수 있는데요. 이런 장점 때문에 지난해 슈드는 서학 개미가 사들인 해외 주식 중 순매수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럼 적립식으로 슈드를 모아갈 경우 추후 얼마의 배당을 받을 수 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배당률과 성장률은 과거 10년 평균으로 적용하고, 분기 배당인 점을 감안해 편의상 이를 3으로 나눠 월 배당금으로 계산했습니다.
월 100만 원씩 슈드를 꾸준히 구입하고, 배당금을 재투자하면 12년 차에 월 배당금이 100만 원을 넘어서고, 16년 차에는 200만 원을 매달 따박따박 받을 수 있습니다. 20년 차에는 달마다 400만 원 이상의 배당금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는 세금 15%를 제외한 순수 배당금입니다. 슈드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 주식 투자자도 이용할 수 있는 '한국판 슈드'도 나왔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은 각각 슈드와 포트폴리오가 같은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상품을 '월 배당' 방식으로 운영 중입니다.
슈드도 단점이 분명 존재합니다. 미국 나스닥100이나 S&P500지수보다 성장세가 덜하다는 건데요. 지난해 나스닥100 ETF 상품이 40~50%대 성장을 보인 반면 슈드 주가는 2% 오른 것에 그쳤습니다. 슈드 포트폴리오에 엔비디아, 메타 등 지난해 고속 성장한 빅테크 기업이 없어서죠. 다만 2022년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고꾸라졌을 때는 나스닥100 ETF 상품이 33% 하락한 반면 슈드는 6.5% 하락하며 선방하기도 했습니다. 즉, 변동성 구간에서 배당주는 다른 종목에 비해 덜 민감하게 반응한 거죠. 이에 나스닥100 ETF와 슈드를 반반 섞어 투자하는 방법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이제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하는지가 남았습니다. 최근 정부가 혜택을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이용하는 게 절세에 유리합니다. 2016년 도입된 ISA는 계좌 하나로 예·적금은 물론 국내 주식, 펀드, 리츠, ETF,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자산에 투자할 수 있어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데요. 비과세와 분리과세가 혜택의 핵심입니다.
일반 계좌에서 배당수익이 생기면 배당소득세 15.4%를 떼고 입금되지만, ISA 계좌를 이용하면 일반형 계좌 기준 200만 원까지 비과세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익이 200만 원을 초과하면 200만 원을 제한 금액에 대해 15.4%가 아닌 9.9% 분리과세를 적용받아 세금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비과세 한도를 500만 원으로 늘리고, 연간 납입 한도도 2배인 4,000만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의 배당수익이 발생한다면 일반 계좌에서 운영하는 경우 배당소득세 154만 원을 제하고 846만 원만 수령하게 됩니다. 현재 기준 ISA 계좌로는 200만 원 비과세 적용 후 초과된 800만 원에 9.9%의 세율을 적용해 79만2,0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죠. 개정 ISA 계좌에서는 500만 원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아 49만5,000원만 세금을 부담하면 됩니다. 어떤 계좌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최대 세금이 100만 원 이상 차이 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ISA 계좌로는 국내 주식 및 주식형 상품만 운영할 수 있는 만큼 슈드나 나스닥100 ETF를 직접 살 수는 없습니다. 다행히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유명 ETF의 포트폴리오를 참고한 ETF를 취급하고 있으니 각자 전략에 맞는 투자법으로 '따박따박' 배당수익을 얻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