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국내 5대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이 20일 예고한 총파업에 전면 돌입하면서 시민들뿐 아니라 학계, 노조, 심지어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이들은 증원 저지라는 파업 명분이 부족한 데다,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일 오후 11시 기준 수련병원 100곳에서 전공의 6,415명이 사직서를 냈다. 사직서 제출자 중 1,630명은 의료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고, 복지부는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환자 피해 역시 접수된 것만 벌써 34건 나오는 등 '의료 대란'이 가시화한 상황이다.
전공의들이 파업을 강행하자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의료계 안에서도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갈등의 출발점인 의대 증원과 관련, 서울을 제외하면 의사 수가 많지 않은데도 일제 파업을 불사할 명분이 있느냐는 지적이 많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의사협회가 매번 파업을 무기로 증원 정책을 무산시켰는데, 이번에도 정부 정책이 실패하면 대한민국 의료체계에는 미래가 없다"며 "몇 년 후 거리에서 사고를 당해도 치료받지 못하고 죽는 게 일상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각계 만류에도 타협 대신 파업을 고른 선택에 분노를 느낀다"면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의사들이 이기주의적 행동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수련생 신분인 전공의들이 '우리가 없으면 의료체계는 붕괴된다'는 약점을 악용해 정부와의 대결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학계도 총파업에 비판 일색이다. 김일옥 삼육대 간호대 교수는 "전공의가 빠지면서 간호사들의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며 "수술 연기, 취소 고지를 전부 간호사에게 떠맡겨 정신적 스트레스도 커지고 있는 만큼 집단행동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해외에선 응급차를 탄 의사가 흰색 가운에 피를 묻히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면서 "누구나 의사 부족을 체감하고 있는데 명분 없이 의료현장을 저버린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도 전공의들의 실력행사를 강하게 성토했다.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전공의들은 개인적 사유로 사직했다고 주장하지만, 집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를 중단하는 것은 명백한 진료 거부"라며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곳에서 일하는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로 6개월간 수술을 기다린 환자들의 수술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도 23일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전공의 진료 거부 현황과 환자 불편 사례를 확인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