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사들을 상대로 축적해왔던 세계 랭킹 1위 신진서(24) 9단의 ‘무결점 킬러’ 본능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확인됐다. 국가대항전으로 진행된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우승상금 5억 원)에서 일본 바둑의 간판스타인 이야마 유타(35) 9단에게 완벽한 승리를 가져오면서다.
한국팀의 수호신으로 나선 신 9단은 19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벌어진 농심배 3라운드 본선 제10국에서 일본팀의 마지막 주자로 등판한 이야마 유타 9단에게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신 9단의 농심배 성적은 12승2패(12연승)로 적립됐다. 아울러 일본 기사들을 상대로 한 신 9단의 통산 전적도 41전41승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반면, 이야마 유타 9단과 한국 선수들의 상대전적은 28승41패로 더 벌어졌다.
신 9단은 초반부터 때 이르게 흐름을 가져왔다. 우변에서 우상귀로 이어진 중반 전투 도중, 중앙 형세를 두텁게 정리한 신 9단에게 분위기가 완벽하게 넘어온 것. 이후, 주도권을 거머쥔 신 9단은 시종일관 밀어붙였고 110수가 넘어갈 무렵엔 99%에 가까운 인공지능(AI) 승률까지 확보했다. 사실상 승부가 끝난 모양새였다. 결국, 불리한 형세에 직면한 이야마 유타 9단은 165수 만에 항복을 선언했다.
바둑TV에서 이날 대국을 생중계한 박정상(37) 9단은 “신 9단이 오늘 대국에선 깔끔한 승리를 보여줬다”며 “전체적으로 볼 때도 아쉬운 착점은 없었고, 중반 이후 완벽한 판단력을 보여줬다”고 총평했다.
이날 승리로 25회 농심배는 한국과 중국의 맞대결로 압축됐다. 한국의 이번 농심배 우승을 위해선 신 9단이 현재 생존 중인 중국의 구쯔하오(26) 9단과 커제(27) 9단, 딩하오(24) 9단, 자오천위(25) 9단 등을 차례로 넘어야 한다. 20일 열릴 신 9단의 다음 상대는 자오천위(25) 9단으로 결정됐다. 신 9단은 자오천위 9단에게 6승 1패로 앞서 있다.
한편 이번 농심배에서만 2연승을 이어간 신 9단은 지난 2005년 당시 농심배에서 일본 및 중국 선수들을 상대로 5연승과 더불어 우승 트로피까지 획득한 이창호(49) 9단의 ‘상하이 대첩’ 드라마 재현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현재 국내·외 바둑계의 유일한 국가대항전인 농심배는 한·중·일 각 나라에서 뽑힌 5명의 선수가 팀을 구성, 연승전 형태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