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가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5) 공연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독점으로 유치하기 위해 금전 거래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장의 주인공은 무려 태국 총리다. 스위프트 콘서트가 가져올 경제 파급력 과실을 따먹기 위한 경쟁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 간 신경전으로 번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19일 태국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17일 방콕에서 열린 비즈니스포럼에서 “동남아 국가 중 싱가포르에서만 스위프트 공연이 열리게 된 데는 싱가포르의 ‘재정적 유인’이 결정적이었다”며 “싱가포르 정부가 동남아 (콘서트) 독점권을 얻는 대가로 (공연 기획사 측에) 공연당 200만~300만 달러(약 26억7,000만 원~40억 원)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아세안 국가에서 공연하지 않는 조건으로 대가성 거래가 있었다는 의미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미국 종합엔터테인먼트 그룹 AEG와의 회의에서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스위프트는 다음 달 2일부터 9일까지 6회에 걸쳐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공연한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진행되는 '디 에라스'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6억 명 넘게 거주하는 동남아 지역에서 콘서트가 열리는 곳은 인구 600만 명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유일하다. 지난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도 섭외 각축전에 뛰어들었지만 싱가포르가 최종 공연지로 낙점됐다.
타위신 총리의 ‘폭로’에는 아쉬움이 묻어 있다. 태국은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문화 사업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공연 중심지'로서의 태국 모습을 알릴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연이 가져올 경제 활성화 효과도 누리지 못하게 됐다. 스위프트 글로벌 투어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면서 공연이 열리는 지역마다 매출이 폭증했다. 미국 여행협회는 지난해 북미 지역 관객들이 스위프트 투어를 따라다니며 지불한 호텔, 식사, 쇼핑 비용이 1인당 평균 1,300달러(약 173만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다른 콘서트 평균 지출액(300달러)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였다.
스위프트가 가는 곳마다 경제 파급력을 일으킨다는 의미로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이코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지난해 7월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스위프트 공연이 8개월이나 남았지만 공연장 인근 주요 호텔은 모두 예약이 마감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타위신 총리는 “이 같은(금전 거래)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정부가 5억 바트(약 185억 원) 이상을 지원해서라도 콘서트를 태국으로 유치했을 것”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 역시 공연 유치에 성공하면 ‘투자’ 비용보다 더 많은 경제 이득을 얻었을 것이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
타위신 총리 발언에 대해 스위프트 측과 AEG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태국처럼 공연 유치에 실패한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각국 매체는 그의 주장을 발 빠르게 전했다. 싱가포르 매체 인디펜던트싱가포르는 “태국 총리의 언급이 아세안에서 지역 문화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