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클린스만 사단'...경기력 자화자찬하고, 경질은 선수 탓하고

입력
2024.02.18 18:47
클린스만 "아시안컵은 성공적 결과"
헤어초크 "선수들 싸움 탓 경질"

온갖 논란 속에 1년 간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클린스만 사단'이 끝까지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 16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해임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스포츠 측면에서 아시안컵은 성공적인 결과"라고 자화자찬했고,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는 2023 아시안컵 4강 탈락과 자신들의 경질 이유를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싸움 탓"이라고 핑계를 댔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18일(한국시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켈과 인터뷰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대해 "한국 대표팀에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불어넣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호주와 8강전은 드라마였다"고 자평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준결승에서 만난 요르단에 패해 탈락했다. 지난해 2월 부임해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라고 큰 소리를 쳤던 그는 '전술 부재' '원격 근무' 등 비판이 따를 때마다 "아시안컵이 끝나고 평가해 달라"며 비판 여론을 뒤로했다. 하지만 클린스만호에 대한 혹평은 이어졌고, 여론이 폭발한 건 아시안컵 무대였다. 전술 부재 속에 선수 개인 역량에 기댄 경기가 계속됐고, 그럴수록 졸전을 거듭해 가까스로 승리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감독의 역량이 발휘된 경기는 단 하나도 없었을 정도로 허탈했다.

더군다나 설명할 수 없는 미소는 국내 여론을 들끓게 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와 경기에서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 3-3 동점골을 내주고 미소를 지어 질타를 받았고, 요르단과 4강전에서 0-2 완패를 당했어도 웃어 보여 도마에 올랐다.


그런 와중에 지난 15일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한 그는 아시안컵 4강 탈락 이유를 "손흥민과 이강인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며 선수 탓으로 돌렸다. 결국 이튿날 경질되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12개월 동안 13경기 연속 무패라는 놀라운 여정에 함께 해 감사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헤어초크 전 코치도 자국 오스트리아 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아시안컵 결과를 선수 탓으로 돌렸다. 그는 기고문에서 "중요한 경기 전날 저녁 팀 내부에서 세대갈등이 벌어지고, 손흥민과 이강인이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썼다.

이어 "이들은 매우 감정적인 주먹다짐으로 팀 정신에 영향을 미쳤다. 몇 달에 걸쳐 공들여 쌓은 것이 거의 단 몇 분 만에 무너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컸으며, 그는 항상 우리를 지지했지만 결국 포기해야 했다"고 적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헤어초크 전 코치는 자국 축구대표팀 감독, 이스라엘 대표팀 감독을 지낸 뒤 클린스만 전 감독과 함께 미국대표팀 코치를 지낸 바 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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