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11월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 '요즘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투자가 대세'라며 '챗GPT'를 이용한 투자라는 게시물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 게시글이 안내하는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 접속하니 본인을 금융분야 고위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B씨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자체 개발한 수익 확률 80% 이상의 AI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채팅방에 있는 다른 참여자들도 "실제로 수익을 봤다"며 갖가지 '인증샷'을 올렸다. 믿음이 생긴 A씨는 거액을 투자했고, 처음엔 일부 수익도 봤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B씨는 "프로그램 오류로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한 추가 입금을 요구했고, A씨는 이에 따랐다. 얼마 뒤 A씨는 이 모든 것이 사기임을 깨달았다. 이미 투자 전액을 잃은 뒤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불법 금융투자 혐의 사이트 및 게시글을 약 1,000건 적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 의뢰했으며, 이 중 혐의가 구체적인 56건은 수사당국에 넘겼다고 18일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AI를 가장한 신종 투자기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사를 사칭하는 등 수법이 대담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적발된 건 중 가장 많았던 유형은 가짜 투자앱을 통한 투자중개 유형으로, 전체 수사의뢰 건수 중 46.4%에 달했다. A씨가 당한 것과 같은 AI 자동매매를 빙자한 수법이 대표적이다. 증권사를 사칭해 '블록딜로 공모주를 싸게 배정받을 수 있다'며 가짜 투자 앱 설치를 유도하는 방식도 다수 적발됐다. 주로 가짜 앱을 이용해 고수익이 난 것처럼 현혹한 뒤 각종 명목으로 피해자 돈을 뜯어내고 잠적하는 방식이다. 유명 교수나 고위 공무원 사칭도 빈번했다.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넘기는 투자매매 유형도 37.5%나 됐다. 사기 일당은 이 과정에서 한국거래소나 예탁결제원 문서를 위조하거나 도용하기도 했다. 유튜브 등에서 주식투자 관련 영상을 제공하거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로 무료 주식상담 광고 문자를 발송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오래된 방식도 여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업자와의 거래로 발생한 손해는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타인 명의 계좌로 입금을 요청하거나, 선물거래를 위한 대여계좌 이용은 불법이므로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