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경의 총선 줌인] '與 152석 승리' 2012년 총선 데자뷔가 나타나고 있다

입력
2024.02.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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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과반이던 정권심판론 구도 흔들려 
정권심판론 안주·공천 학살 논란 민주당
미래 권력 등판·공천 잡음 관리 與 대비
'레임덕에도 與 승리' 2012년 재연 조짐
'野 승리' 2016년엔 전권 부여·중도 공략
이재명 2선 후퇴 이상 파격 있어야 반전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신년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이 과반일 때 보였던 여유 대신 탄식이 흘러나온다. 4월 총선 D-50 전후 발표된 여론조사에 민주당의 공천 내홍이 반영되면서 지지율 역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9%, 민주당은 31%였다. 이에 앞서 18일 공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44.3%, 민주당이 37.2%를 기록하는 등 두 조사 모두 오차범위 밖에서 국민의힘이 앞섰다. 정권심판론과 김건희 명품백 논란 등 야권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비명계 탈당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 △정권심판론을 나눠야 하는 제3지대 등장 등 민주당에 불리한 징후들이 잇따르면서 연초 총선 구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5차례 총선 중 2016년만 野 승리

전망적 투표 행태가 나타나는 대선과 달리 총선에선 회고적 투표 행태가 두드러진다. 5년 단임제하에서 현직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에 후보자 중 가장 잘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에게 투표하는 성향이 나타나는 반면, 총선에서는 현 정부나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다. 국정 운영 평가 지표인 대통령 지지율이 총선에서 주요 변수로 늘 꼽히는 이유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 이후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안팎 박스권에 갇히자, 민주당에서는 4월 총선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여론은 대통령 지지율보다 정당 지지율로 표출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본질적으로 업무 수행 평가여서 대통령을 지지하더라도 업무를 못한다고 판단하면 '부정 평가'로 잡히고,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업무를 잘 수행한다고 보면 '긍정 평가'로 잡힌다. 대통령 지지율이 총선 변수일지라도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한다면 여론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2004년 이후 5차례 총선 결과를 보면, 여당이 4회, 야당이 1회 승리했다. 정권심판 등 회고적 투표 경향이 나타나는 총선에서 야당 승리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야당이 이긴 2016년(19대) 총선을 살펴보자. 박근혜 정부 출범 3년 2개월째 열려 정권심판론이 작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수층의 '콘크리트 지지'로 2월 중순 이후 총선 직전까지 박 대통령 지지율은 36~43%(이하 한국갤럽 기준)로 양호한 편이었다. 총선 승패의 추가 야당으로 넘어간 결정적 계기는 '진박 감별' '옥새 파동' 등 여당의 공천 내홍이었다. 대통령 지지율만 믿고 있던 친박계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려다 민심을 잃은 것이다.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안철수 대표와 호남 의원들이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는 등 분열을 겪으면서 사면초가에 빠져 있었다. 2016년 2월 중순 이후 총선 직전까지 민주당 지지율은 19~23%로, 새누리당(37~42%)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문재인 민주당 대표는 삼고초려해 영입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공천과 선거운동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김 위원장은 당내 반발에도 강경파 이해찬, 정청래 의원을 공천 배제하면서 중도를 공략했고, 총선 승리(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의 원동력을 마련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크게 상승하지 않았지만, 제3당인 국민의당 지지율이 총선 직전 17%까지 오르며 정권심판론이 지속됐다.


與, 대통령 지지율 극복해 2012년 승리

여당이 승리한 2004년(17대) 총선은 탄핵 역풍, 2008년(18대) 총선은 직전 열린 대선 영향이 컸다. 2004년 총선에 앞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의 분열, 노무현 대통령의 설화 등으로 노 대통령 지지율은 25%(2004년 1분기 평균치)였다. 총선 직전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주도한 대통령 탄핵이 여론의 역풍에 직면하면서 여권에 불리한 환경이 일순간 뒤집혔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어 승리했다. 2008년 총선은 대선 후 4개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한 달 만에 치러져 정권심판론 자체가 없었다. 한나라당이 153석을 얻었고 통합민주당은 81석에 그쳤다.

주목할 사례는 이명박(MB) 정부 말기(4년 2개월째) 열린 2012년(19대) 총선이다. 그해 2월 중순부터 총선 직전까지 이 대통령 지지율은 23~29%였다. 현재 윤 대통령 지지율보다 낮은 레임덕 상황이었다. 여당(새누리당)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 후 미래 권력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교체하고 '경제민주화' 등 중도 구호를 앞세워 MB와 차별화에 나서면서 2012년 2월 3주 28%였던 새누리당 지지율은 3월 5주 33%로 상승했다. 반면 민주통합당 지지율은 2월 3주 28%에서 3월 5주 25%로 하락했다.

야권은 서울시장 보선 승리 후 낙관론에 빠졌다. 민주통합당은 '나꼼수' 진행자 출신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를 전략공천했다가 여성·노인 폄하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지역구까지 양보하며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이뤄 정권심판론 결집에 나섰지만 여당에 과반 의석(152석)을 내주고 말았다.

2020년(21대) 총선은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11개월 뒤에 치러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발 입국 금지'에 나서지 않아 방역 실패 논란이 불거졌으나 이후 정부 대응이 세계적인 호평을 받으면서 총선 구도가 뒤집혔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총선 직전 57%까지 상승했고 여당(민주당) 지지율도 44%까지 상승했다. 정권심판론이 작동하지 않았고, 민주당이 180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다.


이재명 공천 난맥상, '2012년 총선' 소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당내 공천 잡음과 관련해 "이번 총선이 2012년 데자뷔 같다"고 우려했다. 2012년 총선을 앞둔 2011년 12월 미래 권력(박근혜 비대위) 등장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후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하면서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한 것과 유사하다. 한 위원장이 '윤석열의 아바타'라는 평가도 있지만, '윤·한 갈등'은 윤 대통령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한 위원장이나 국민의힘에 이전되는 현상을 일정 부분 차단하면서 대통령과의 차별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 독재' '김건희 리스크'만 외치고 있을 뿐 정권심판론을 지속시킬 이슈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고 민생 이슈 주도권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당내 뜬금없는 '윤 정부 출범 책임론'을 둘러싼 친명·친문계 갈등, 비명계 위주 현역의원 하위평가, 밀실 공천 논란 등으로 당에서조차 '비명횡사 공천' '이재명 사당화를 위한 공천'이라는 파열음만 커지고 있다.

여야의 현재 상황은 ①2011년 11월 서울시장 보선 참패 후 여당 미래 권력(박근혜 비대위) 등장 ②여당(박근혜)과 청와대(MB)와 차별화 ③야당의 정권심판론 안주 ④옛 통합진보당 세력과 야권연대(현 통합형 비례연합정당) 등 2012년 총선 때와 유사점이 많다. 여기에 민주당은 ⑤'진박 공천' 파문으로 여당이 2016년 총선에서 야당에 패했던 경로까지 답습하고 있는 꼴이다.

윤희웅 센터장은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으로 '2인자', '아바타' 이미지를 일정 부분 벗어냈다"며 "한 위원장이 찐윤에게 공천 혜택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공천 초기 공천 잡음을 관리하면서 공천 잡음이 큰 민주당과 대비되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했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선거를 앞두고 떠난 사람도 불러 모아야 할 판에 민주당은 밥그릇 싸움으로 있던 사람들마저 떠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이어져 수도권까지 여당에 넘어갈 경우, 여당이 2012년 총선 때의 152석보다도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원장은 "야당에 불리한 판을 뒤집기 위해서는 이재명 대표의 2선 후퇴와 같은 파격적인 카드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회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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