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에서 북한의 도발 징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급기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방한계선(NLL)을 '명분 없는 유령선'으로 깎아내리며 우리 영토인 연평도와 백령도를 들먹였다. 특히 '해상 국경선'이라고 전례 없는 표현을 사용하며 침범 시 무력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1999년과 2002년 제1·2차 연평해전과 유사한 서해 NLL 인근에서의 국지도발을 우려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김 위원장이 전날 신형지상대해상(지대함)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지도했다고 전했다. 이미 양산 중인 무기의 성능을 검증하는 실사격 시험을 했다는 의미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미사일은 1,400여 초간 날아가 목표물을 명중타격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NLL에 대해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으로 규정하며 "이 선을 고수하려고 선박 단속, 해상순찰 같은 구실을 들어 각종 전투함선들을 우리 수역에 침범시켜 주권을 심각히 침해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 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시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통신은 "적들이 구축함과 호위함, 쾌속정을 비롯한 전투함선들을 자주 침범시키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할 데 대한 중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서북도서를 상대로 언제든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엄포나 다름없다.
북한은 최근 지상과 잠수함에서 발사 가능한 순항미사일, 잠수함용 핵어뢰, 서해 해안포 등을 총동원해 무력을 과시하며 해상에서의 위협수위를 높여왔다. 한반도 주변해역에서 한미 연합군의 해상작전 능력을 제한하는 동시에 남북 군사력이 마주 보고 배치된 NLL을 중심으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NLL을 겨냥해 '무법 북방한계선'을 언급하며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전쟁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면서 "이날 발언 역시 그 연장선으로 서해 북방에서의 군사활동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라도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해상에서의 국경선 개념을 명확히 하는 헌법 개정을 통해 불명확했던 서해상 국경선을 선점하는 효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