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도심 배송캠프는 '몰래 영업' 中... 위법 강행하다 무더기 적발

입력
2024.02.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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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배송 위한 도심형 물류 단지 캠프
나대지에 창고 증축, 용도 변경도 생략
서울에서만 6곳 적발... 행정절차 진행
미신고 시설 방치 탓 안전사고 위험도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공터. 공터에 있는 약 10m 높이 가건물 앞으로 탑차, 트럭이 줄줄이 몰려들었다. 천막 밑엔 ‘로켓 배송’을 기다리는 각종 상품이 배달 구역별로 분류돼 쌓여 있었고, 푸른색 조끼를 입은 ‘쿠팡맨’들이 택배 더미와 짐칸을 분주히 오갔다. 상차가 끝나자 차량들은 배송지를 향해 빠르게 출발했다.

언뜻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송 캠프로 여길 법하지만, 사실 이곳은 위법 시설이다. 나대지(건축물이 없는 용도의 대지)에 무단으로 건축물을 세워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취재해 보니 이렇게 법을 어겨가며 증축하거나 용도를 맘대로 바꿔 ‘몰래 영업’을 하다 적발된 쿠팡 시설이 서울에만 최소 6곳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도심 파고든 '위법 배송' 캠프

쿠팡이 서울 곳곳에서 운영하는 소규모 캠프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캠프의 정체는 물류센터 등에서 싣고 온 상품을 배송 구역별로 분류한 뒤 주소지까지 빠르게 배달하기 위한 도심형 복합물류시설. 하지만 대개 토지를 연 단위로 단기 임대해 쓰다 보니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밟기보다 위법 증축 등 손쉬운 길을 택하는 유혹에 빠진 것이다.

천막 가설건축물을 세운 강남구 A캠프가 대표적이다. 설 연휴에도 수많은 트럭과 배달기사들이 드나들었지만 허가를 받은 적 없어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건축물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아무 시설도 없어야 하는 땅에 위법 건축을 한 걸 지난달 파악해 시정명령 사전통지 등의 행정조치를 진행 중”이라며 “지난해에도 쿠팡의 다른 무단 증축 캠프가 적발돼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고, 사측에서 지난달 말 철거했다”고 말했다.

성북구 주택가에 조성된 B캠프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주택들과 바짝 붙어있는데, 택배 상하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민원이 수시로 주민센터에 접수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B캠프도 시설물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성북구청이 쿠팡 측에 건축법 위반 사실을 알렸다.

용도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고 ‘창고시설이 아닌 척’ 운영하는 사례도 여럿 있었다. 중구의 C캠프는 540㎡ 면적의 주차장 1층을, 구로구 D캠프는 공장 시설을 신고 없이 하역장 등 창고 시설로 활용하다 적발됐다. 마포·도봉구청도 쿠팡이 캠프 필지에 대해 기존 용도를 창고시설로 무단 변경한 위법 사항을 발견해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택배업계는 배송 구조상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 도심에서 적합한 (배송) 부지를 찾는 것 자체가 워낙 어렵다”며 “현장에서 위법임을 인지하지 못한 까닭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더 큰 문제

그러나 위법 운영이 전부가 아니다. 이런 캠프는 미등록 시설인 탓에 혹여 화재 등 사고가 나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해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그만큼 안전관리에도 둔감해지기 쉽다. 본래 하역장과 집배송 등 창고시설은 ‘창고시설 화재안전성능기준’에 따라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스프링클러, 화재감지경보기 등을 갖춰야 하고 △소화시설의 저수량을 늘리는 등 기준도 강화됐다. 반면 미등록 캠프는 신고조차 안 돼 있다 보니 소방 검문을 받지 않는 등 안전기준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알 길이 없다.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인 문현철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규모가 크든 작든 불이 붙기 쉬운 적치물이 쌓인 창고시설은 화재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며 “소방·행정당국이 협력해 위법 시설물의 안전 유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단속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팡 측은 위법 요소가 있는 캠프들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자 “임대인과 협의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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