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희생 없이 피바람만... '818호' 사천 논란 부른 이재명

입력
2024.02.16 04:30
이재명 의원실서 컷오프 논의
밀실 '사천' 논란 불가피할 듯
조정식 등 친명 희생론 불붙어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천 컷오프(공천 배제) 칼바람에 뒤숭숭하다. 이재명 대표에게 직접 불출마를 권유를 받은 인재근 의원은 이미 낙마했고, 다음 타깃으로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 받는 몇몇 의원들 이름이 거론된다. 당 안팎으론 컷오프 칼을 휘두르는 조정식 사무총장 등 친이재명계(친명)계 핵심들 희생이 먼저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13일 본인 사무실인 국회 의원회관 818호에서 조정식 사무총장, 김병기 사무부총장 등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일부 현역 의원에 대한 컷오프 여부를 검토했다. 6,000만 원 뇌물 수수 혐의의 노웅래 의원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의 기동민·이수진(비례대표) 의원 등 재판 중인 의원들이 검토 대상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회의가 친명 핵심들 비공개 자리였다는 점이다. 공천의 칼을 쥔 이들이 당 최고위원회나 공천관리위원회 같은 공식 석상이 아닌 밀실에 모였다는 점에서, 사천(私薦)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지도부 인사는 "관련된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며 "결국 핵심 측근 회의라고 봐야하지 않겠나"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비판의 화살은 이 대표로 향한다. 이 대표 스스로가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재판 중인 의원들을 대상으로만 컷오프 여부를 따졌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비공개 회의 내용이 일부 흘러나온 것도 괜한 의심을 산다. 노웅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공식적인 논의 구조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결정적 내용의 논의를 하고 언론에 알린다면 이는 명백한 밀실 논의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친명 핵심들이 '공천 피바람'과 거리가 멀다는 점도 괜한 뒷말을 낳는다. 특히 공천실세인 조 사무총장(5선)의 경우, 공천 경쟁자 조기 탈락으로 지역구인 경기 시흥을 무혈입성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2016년 총선 때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친노무현(친노) 핵심 이해찬·정청래 의원을 컷오프한 전례까지 입에 올린다. 비이재명(비명)계 한 재선 의원은 "조 사무총장 본인은 민주당의 텃밭에서 5선까지 하면서, 남들에겐 희생하라고만 한다"며 "말이 안 된다"고 혀를 찼다.

이 대표는 이날 충북대에서 정책간담회를 가진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13일 비공개 회의와 관련한 질문에 "누가 그런 쓸데없는 소리"라며 말을 아꼈다.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