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왜 '한국 이민자' 이야기를 좋아할까

입력
2024.02.16 10:18
'성난 사람들'·'패스트 라이브즈', 한국계 감독들의 쾌거
한국 떠나 이민 간 이들의 자전적 경험이 배경
황동혁 감독 "한국적인 독특한 감성 존재"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과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미나리'까지 한국계 이민자들을 다룬 콘텐츠가 매년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성난 사람들'은 에미상 8관왕에 달하는 수상 쾌거를 거뒀다. 왜 할리우드는 한국 이민자들의 삶을 사랑할까.

지난달 15일 개최된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성난 사람들'은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작품상을 시작으로 감독상·작가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등 총 8관왕으로 새로운 신화를 경신했다. 작품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재미동포 도급업자 대니 조(스티븐 연)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베트남계 미국인 사업가 에이비 라우(앨리 웡) 사이에서 벌어진 난폭 운전 사건을 블랙 코미디로 그린 이야기다. 특히 국내에서 '버닝' '미나리'로 익숙한 배우 스티븐 연이 한국계 최초로 골든 글로브의 TV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성난 사람들' 속 새로운 땅에서 희망을 찾고 싶었던 한국계 미국인들의 척박한 일상을 두고 전 세계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황동혁 감독은 '성난 사람들'을 두고 "국적은 미국이지만 한국인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문화적 감성과 코드가 안에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문화적 감성은 주류에 속한 할리우드 드라마들과 비교했을 때 신선함이 배가된다. 현재 미국 내 문화계에서 주목하고 있느 키워드, '문화의 다양성'도 더욱 부각된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계 이민자들의 이야기는 국적·문화·인종을 뛰어넘어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영역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한국 이름으로 활동 중인 이성진 감독은 과거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드라마에 녹였다. 그리고 이는 다른 연출자들에겐 없는 이성진 감독만의 무기가 됐다. 서울에서 태어난 후 다섯 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간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연도 이민자의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실에 가까운 연기를 해냈다.

오는 3월 개봉하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도 한국 이민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일부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다. 셀린 송 감독은 11세까지 한국에 살다가 캐나다로 이주했는데 앞서 언급한 이성진 감독처럼 고유의 한국적인 감성이 여전히 묻어난다.

셀린 송 감독은 할리우드가 한국계와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이유에 대해 "이민자라는 아이덴티티는 꼭 한국의 아이덴티티랑만 연결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사를 하고 새로운 곳에 가고 새로운 삶을 시작을 하는 것들 등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짚기도 했다.

두 작품 외에도 한국계 이민자의 정체성을 다룬 콘텐츠들이 꾸준히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았다.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도 한국계 감독 피터 손의 연출 하에 매운 음식, 코리아타운 등 한국적인 요소들이 삽입됐다. 또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영화 '미나리'도 비슷한 맥락에서 많은 이들에게 국가를 초월한 감동을 안겼다.

이처럼 한국계 이민자 이야기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이들의 서사와 배경이 비단 특정 나라, 특정 세대의 감정으로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의 작품들은 관객들이 갖고 있을 정체성과 가치관의 확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관객이 작품 속 메시지를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한국적인 정서가 따스한 여운을 덧입힌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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