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부영그룹의 ‘1억 원 출산장려금’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 방안을 주문하면서 기획재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이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과도한 세금이 붙지 않도록 정책적 묘수를 찾아야 해서다.
기재부와 국세청 등은 기업의 출산장려금에 대한 여러 세제 지원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주 부영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70여 명에게 자녀 1명당 1억 원을 지급했다. 부영은 출산장려금이 월급 개념의 ‘근로소득’으로 잡히면 직원이 최대 4,180만 원(1억5,000만 원 초과 시 누진세율 38%) 높은 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우려해 직원 자녀 계좌에 ‘증여’하는 형식으로 이를 지급했다. 증여세로 1,000만 원(10%)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부영의 세 부담이 커진다. 현행법상 증여는 기업 회계상 ‘비용(손금산입)’으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영은 출산장려금 건당 2,600만 원 정도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향후 국세청에서 ‘실질 과세 원칙’을 적용하면 증여가 아닌 근로소득으로 잡힐 가능성도 있다. 출산장려금이 자녀 계좌에 귀속된다고 하더라도, 거래행위가 사실상 부모에게 귀속된다고 보고 부모(직원)에게 납세 의무를 지게 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부영이 촉발시킨 논쟁은 ‘출산장려금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 세금을 걷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고용관계에서 받은 것은 원칙적으로 모두 근로소득(임금)에 해당한다는 소득세법에 따라 이번 출산장려금을 근로소득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과, 일한 대가로 직원에게 준 것이 아니라 직원의 자녀에게 그냥 준 것이기 때문에 증여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간 기업의 출산장려금이 ‘상여금’ 성격으로 취급돼 온 점도 고민거리다. 국세청은 연말 비과세 한도(올해부터 20만 원)를 제외하고 소득과 여러 상여금을 합쳐 소득세를 매겨 왔다. 근로자 입장에선 직장에서 출산장려금을 많이 받을수록 연봉이 높아지고, 더 높은 소득세율이 적용돼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기재부는 우선 부영처럼 출산장려금을 자녀에게 지급하는 경우, 이를 증여로 보고 '비용'으로 포괄해 처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지난달 출산과 양육지원금을 경비로 추가해 법인세 부담을 덜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소득세·법인세법 시행령 입법예고를 이날까지 마친 상태다. '근로자'에 대한 출산지원금에 한해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는 시행령을 '자녀'에게 지급하는 부영 사례를 더해 더 넓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영은 법인세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출산·보육수당 비과세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기업이 근로자의 출산이나 6세 이하 자녀의 보육과 관련해 지원하는 수당에 대해 근로자 1명당 월 20만 원 한도로 비과세 혜택이 제공되고 있다. 기재부는 7월 세법 개정 때 이 한도를 더 올리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러 출산 장려 혜택을 주는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다양한 세액공제 혜택을 열어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