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삭제 지시' 전 서울청 정보부장, 이태원 참사 대응 첫 실형

입력
2024.02.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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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前 경무관... "책임 회피해"
기소된 공무원 중 1심 유죄 처음
용산서 前 정보과장은 집행유예

'이태원 참사' 발생 전 작성된 정보보고서를 참사 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참사 책임을 이유로 재판을 받는 공무원 중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첫 사례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배성중)는 14일 증거인멸교사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경무관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경정)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경무관 등은 참사 전 용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와 핼러윈 축제 관련 특정정보요구(SRI) 보고서 등 4건의 정보보고서를 참사 뒤에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문서에는 용산 해밀턴호텔 인근 인파를 우려하는 내용이나 경찰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이들의 행위를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위태롭게 한 범행"으로 규정했다. 1심 재판부는 "이태원 참사 후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조직들이 맡은 바 임무를 충분히 다했는지 등 사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파악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사회적 요청이 있었다"며 "피고인들은 여기에 성실히 협조할 책임이 있지만, 전자기록을 임의로 파괴하고 참사 관련 형사·징계사건의 증거를 인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상규명 및 책임소재 파악에 대한 전 국민적 기대를 저버려 사건을 은폐, 축소함으로써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정 보고서를 염두에 두지 않은 일반적 지시였다는 박 전 경무관의 주장도 일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필요한 보고서의 유출을 우려해 일반적 지시를 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사고 발생 직후부터 책임 소재가 경찰 조직으로 향할 것을 크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고, 심지어 이를 기회 삼아 경찰 조직의 업무 범위를 사고 전보다 유리하도록 구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질타했다.

다만 삭제한 정보보고서가 4건에 불과하고, 보고서가 컴퓨터 파일 형태로 남아있거나 복원돼 실제 공무를 방해한 정도는 그리 높지 않은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그는 2022년 12월 구속됐다가 지난해 5월 보석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는데, 재판부는 이날 보석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김 전 경정도 위법 행위를 강제한 혐의는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 전 경무관의 지시를 수차례 받아 그 지시가 위법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부하직원들에게 보고서를 컴퓨터에서 삭제하도록 반복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상급자 지시를 불이행 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들 외에 지시를 받고 보고서 1건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곽모 용산서 정보관에게는 선고유예가 내려졌다.

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