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금지됐던 플랜트 건설현장의 빗장이 풀릴 조짐을 보이면서 건설 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경영계의 인력 부족 호소에 외국인력 도입을 검토 중인데, 건설 노동자들은 내국인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실력 행사를 예고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14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플랜트 건설현장에 외국인력을 도입해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던 여성과 청년들을 몰아내려고 하고 있다”며 “정부가 외국인력 도입을 시도하거나 불필요한 논의를 지속하면 10만 조합원 상경 투쟁 등 분노에 찬 강력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플랜트 건설은 석유화학, 제철, 발전소 등 설비ㆍ공장을 짓는 공사다. 에너지시설과 발전소 등을 포함하고 있어 ‘주요 산업시설 보호’ 차원에서 2007년 외국인 노동자 도입 허가를 결정하는 국무조정실 산하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외국인력 도입 업종에서 제외했다. 다만 건설업계가 지방 현장의 인력난을 호소하면서 지난해부터 정부가 이주 노동자 도입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노동계와 건설업계 주장은 팽팽히 맞선다. 플랜트건설노조는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력이 현장에 투입될 경우 유해물질 유출, 화재, 폭발 등 중대산업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플랜트건설노조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도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플랜트 건설현장은 손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내국인 노동자의 건설업 기피, 지방인력 부족과 생산인력 고령화로 플랜트 건설 현장이 만성적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정부에 171개 규제개선 과제를 건의하며 플랜트 분야 외국인력 도입을 적시하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외국인력을 도입하더라도 국내 노동자들이 꺼려하는 비숙련ㆍ단순노무직으로 제한하면 일자리 침범이나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주가 내국인 구인 노력을 했지만 인력을 구하지 못했을 때 외국인에 일자리를 개방하는 게 원칙”이라며 “인력 부족에 대한 경영계와 노조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현장 실태조사를 거친 후 외국인 노동자 도입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