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주가를 조작한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파악한 부당이득액 6,600억 원은 단일 종목 시세조종 사상 최대 규모다. 일부 조직원은 가로챈 돈으로 슈퍼카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 하동우)는 14일 영풍제지 주가조작 총책 이모(54)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시세조종에 가담한 2명과 이씨의 도주를 도운 2명(범인도피)도 불구속기소됐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일당을 포함하면 구속기소는 12명, 불구속기소 4명이다.
이씨 일당은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간 330여 개 증권계좌를 이용해 영풍제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6,616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2022년 10월 25일 종가 기준 3,484원이던 영풍제지 주가는 이듬해 10월 17일 48,400원으로 약 14배 상승했다. 이 과정에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 주문 △물량소진 주문 △시가 관여 주문 △종가 관여 주문 등 각종 조작 수법이 동원됐다.
총 20명으로 꾸려진 조직은 3개 팀으로 나눠 주식매수, 매매, 계좌 관리 등 철저히 역할을 분담했다. 다른 팀원들이 누군지 모르게 점조직으로 운영했을 만큼 수사에 대비한 보안에도 신경을 썼다. 검찰은 당초 1개 팀만 인지해 수사에 나서 부당이득액을 2,789억 원으로 추정했으나, 다른 2개 팀을 추가로 적발하면서 편취 규모가 크게 늘었다.
20, 30대 젊은 조직원들로 꾸려진 팀은 한강뷰 초고가 오피스텔에 살면서 수억 원의 현금 뭉치와 고급 스포츠카를 보유하고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는 등 흥청망청 돈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조직원에게는 지난해 10월 차량을 제공하고 수억 원을 전달하는 등 이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도 적용됐다. 이들은 여러 대의 휴대폰을 돌려 쓰며 수사기관의 추적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씨는 브로커에게 4억8,000만 원을 건네고 밀항을 시도하다 지난달 25일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해경에 검거됐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종적을 감춘 나머지 일당도 추적 중이며, 해외로 도주한 조직원 1명의 국내 송환도 추진하고 있다. 검찰이 영풍제지 경영진의 주가조작 인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어 결과에 따라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의 범행이 초래한 사회적 피해가 심대하다"며 "부당이득을 끝까지 추적해 범죄 수익을 철저히 박탈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