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항공사를 향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작업은 미국 경쟁 당국의 승인만을 남겨두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연내 자산 42조 원, 세계 10위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한공은 EU 집행위원회(EC)가 13일(현지시간) 시정조치안 이행을 전제로 이 같은 기업결합 심사결과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번 승인은 화물 부문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여객 부문에서는 일부 유럽 노선 이관 등 조건이 붙었다. 앞서 대한항공 측이 EC의 시정조치 요구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유럽 4개(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도시 노선의 운수권 및 슬롯(시간당 비행기 이·착륙 횟수) 일부 반납 등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입찰과 매수자 선정 등 매각 직전까지 조치를 마치면 EU의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늦어도 10월 전까지 매각 준비를 마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매각은 EC 최종 승인 이후 추진된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인수 후보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네 곳이 거론되고 있다.
또 대한항공은 유럽 4개 노선에 신규 진입항공사(Remedy Taker)로 지정된 국내 LCC 티웨이항공의 순차 진입을 올해 하반기부터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연말까지 신주 인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이로써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최대 고비를 넘은 셈이다. 대한항공 측이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가운데 한 곳(미국)의 승인만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