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결 지방의회 의정활동비 '월 50만 원 인상' 갈등

입력
2024.02.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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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
광역 150만→200만, 기초 110만→150만
"활동비 현실화" VS "겸직부터 금지해야"

전국 지방의회들이 앞다퉈 의정활동비 인상에 나섰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으로 20년 만에 의정활동비를 올릴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활동비 현실화를 통해 지방의원들의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취지지만, 겸직이 가능한 데다 이미 기본급 개념인 월정수당을 매년 인상해 온 만큼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시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지난 8일 2차 회의를 열어 시의원 의정활동비를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올리기로 최종 결정했다. 전체 위원 9명 중 이날 회의에 참석한 8명은 ‘지난 20년간 의정활동비가 동결됐다’는 점을 들어 만장일치로 인상안을 의결했다. 시의회는 의정비심의위가 통보한 인상 범위 내에서 조례로 의정비를 최종 결정한다. 인상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울산시의원은 앞으로 3년간 매달 547만 원의 의정비를 받게 된다.

경기도 의정비심의위도 지난 5일 같은 내용의 인상안을 결정했고, 충북도는 오는 26일 주민공청회를 거쳐 인상 여부를 정한다. 앞서 의정활동비를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한 강원도의회는 14일 열리는 임시회에서 조례를 개정한 뒤 다음 달부터 인상된 의정활동비를 지급한다. 의정활동비 인상 움직임은 서울시, 인천시, 경남도, 제주도 등 전국 17개 광역시의회와 기초 시의회를 가리지 않는다. 대전 중구, 강원 춘천시‧양양군, 경남 통영시, 전북 전주시, 충남 보령시 등이 이미 의정활동비 인상을 공식화했고, 다른 시‧군도 눈치를 보며 논의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의회들이 기다렸다는 듯 너도나도 의정활동비 인상에 나선 것은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2월 의정활동비 지급 범위를 광역의회 월 200만 원, 기초의회는 월 150만 원으로 올리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한 게 계기다. 지방의원들의 월급 개념인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나뉘는데, 기본급에 해당하는 월정수당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적용해 매년 오른 반면 의정활동비는 2004년에 책정된 그대로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충실한 의정활동을 위해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의정활동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줄곧 인상을 촉구해 왔다. 의정활동비 인상은 곧 유능한 인재 영입으로 이어져 의원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경남도 의정비심의위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 후 의정활동 실적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며 “지방의회가 유능하려면 유능한 인재가 의회에 진입해야 하고, 이를 유인하는 중요한 요소가 보수”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자치행정학회가 2012년 경남도의회를 중심으로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이 의정활동 성과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입법기능, 예산기능, 견제기능 및 도민대표기능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수 감소로 지자체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마당에 시민정서와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올 하반기부터 지방의원도 연간 광역 5,000만 원, 기초 3,000만 원까지 후원금 모집이 가능한 데다 겸직을 할 수 있고, 2022년부터 정책지원관이 의원들의 자료수집이나 조례제정 등 의정활동을 지원하면서 근무 환경이 나아진 점 등도 인상 반대 요인으로 꼽힌다. 대전참여연대는 “지방의원은 지방자치법 제43조에서 규정한 직을 제외하곤 영리행위를 할 수 있어 의회별로 적지 않은 수의 의원이 겸직을 신고한 후 의원직과 병행하고 있다”며 “별도의 영리행위를 하면서 의정활동비를 인상하는 것은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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