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중도 확장에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접근법을 달리하는 모습이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에게 출마를 적극 설득하는 반면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는 게 대표적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 출근길에서 '다양성 있는 공천 범위에 유승민 전 의원도 포함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포용도 최소한의 기강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누구를 특정해서 말하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한 한 위원장은 "쓴소리도 발전을 위한 쓴소리가 있고, 감정적인 쓴소리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은 구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론에서 생각이 다르더라도 포용해야 강해진다"는 한 위원장의 공천 기준에 유 전 의원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지난달 28일 당 잔류를 선언한 유 전 의원을 향해 당 일각에서는 수도권 역할론 등이 제기됐고, 한 위원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감정적인 쓴소리'를 언급했다는 것은 그간 '반윤'(反尹)의 선봉에서 '여당 내 야당'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직언을 했던 유 전 의원을 배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갈등 국면에서도 "무엇 때문에 이런 추악한 싸움을 하는 건가"라며 "검사들 정치 수준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런 유 전 의원에게 총선 역할을 맡길 경우,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또다시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으로 촉발된 당정갈등 이후 한 대통령은 일단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유 전 의원과 달리 인 전 위원장 총선 출마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짧고 논란도 많았지만 '혁신위' 활동을 통해 인 전 위원장이 대중성과 중도 소구력을 일정 부분 입증한 만큼, 인재 풀이 넓지 않은 여당에서는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어서다. 당 내부에서는 서울 서대문갑과 종로, 비례대표 출마 등 다양한 선택지가 거론된다. 다만 불출마를 선언했던 인 전 위원장은 "지역구 출마는 안 한다고 밝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도 이날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인 전 위원장에게) 한번 물어봤더니 지금은 부인이 반대한다며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겠다'고 했다"면서 "급한 것이 끝나면 당사에서 함께 도시락 미팅이라도 해볼까 싶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과 인 전 위원장의 엇갈리는 당내 상황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유 전 의원보다 정치적 부담감이 덜한 대신 중도확장력을 갖춘 인 전 위원장이 '절충적 인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