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기억력 나쁜 노인' 보고서는 정치적 의도"… 총공세에도 부각되는 '고령 리스크'

입력
2024.02.10 15:07
바이든, 긴급 기자회견서 "내 기억력 멀쩡"
민주당 일부는 패닉 "재임 중 최악의 날"
NYT "트럼프 지지율 못 넘는 건 나이 탓"

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약점으로 꼽히는 '고령 리스크'가 갈수록 부각되면서 미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될 조짐이다. '기억력이 나쁜 노인'으로 표현한 특검 보고서가 다시 불을 지폈는데, 미 백악관은 "정치적 의도를 지닌 보고서"라고 공세를 가하며 진화에 나섰다.

바이든 측 "쓸데없는 부적절한 보고서" 총공세

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나의 기억력은 멀쩡하다.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최적격인 인물"이라고 밝혔다.

전날 '기억력이 나쁘지만 악의는 없는 노인'이라는 내용이 적힌 보고서에 나이 리스크가 재점화되자 반박에 나선 것이다. 공화당 당적의 로버트 허 특검은 지난 8일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때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불기소를 결정했지만, 수사 보고서에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재직 시기와 장남의 사망 시기도 떠올리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기술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이에 '정치적 의도가 담긴 보고서'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기억력이 멀쩡하다"고 밝힌 데 이어,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도 "보고서에는 대통령의 태도가 특정지어진 방식은 사실과 매우 다르며 분명히 정치적인 동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언 샘스 백악관 대변인도 보고서가 공정성을 잃었다며 "쓸데없고 부적절한 비판이 담겼다"고 성토했다.

불안한 민주당 "유권자 의심 확인시켜준 셈, 암울"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측의 반박에도 정작 같은 편인 민주당 내부에선 불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의원은 미 NBC방송에 "민주당으로서는 암울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바이든) 대통령 재임 중 최악의 날"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주당의 한 전략가 역시 NBC에 "특검이 기소하지 않은 이유가 '나이가 많아서'라면 어떻게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며 "유권자들이 가진 의심과 우려를 확인시켜 준 셈"이라고 말했다. NBC는 "바이든 대통령이 늙고 장애가 있다는 인상을 남긴 특검 보고서는 민주당을 패닉에 빠뜨렸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오는 게 '나이' 탓이란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특검 보고서로 (공화당과의 나이를 둘러싼) 대결이 일찍 다가왔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경제 회복으로 재선에 아주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많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6월까지 지지율을 역전시키지 못한다면 결국은 나이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NYT-시에나칼리지 조사에서 조지아를 포함한 6개 주(州) 유권자의 71%가 '바이든이 대통령을 하기에 너무 늙었다'고 답했다.

바이든, 재선 성공 시 87세에 임기 마쳐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말실수를 반복해 구설에 올랐다. 지난 6일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한 긴급 안보 예산안의 처리를 촉구하며 '하마스'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해 한동안 머뭇거렸다. 지난 4일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회고하던 중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이름을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과 헷갈려 잘못 말하기도 했다.

1942년 11월생인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만 81세 3개월로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다. 이전 기록은 77세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다면 만 86세 2개월에 임기를 마치게 된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