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의대 증원 2000명도 적다"…집단행동 예고 의료계에 자제 요청

입력
2024.02.08 18:30
"여전히 5000명 부족… 연구의사 등 미래도 감안"
업무개시명령·면허취소 검토… "조치할 상황은 아냐"

의료계가 의대 증원 계획에 반발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8일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집단행동 자제'를 요청했다. 정부가 발표한 '2,000명 증원'도 보수적 추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지역과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2035년까지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한 것으로 추계했다"고 말했다.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 10년간 의사 1만 명을 충원하더라도 5,000여 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짚기 위해서다. 그는 "향후 주기적으로 인력 수요를 추계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브리핑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의료계의 집단행동 예고 상황을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과 취지를 소상히 설명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진행됐다. 성 실장은 이번 증원 계획이 '매우 보수적인 추계'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와 지역의료 개선 등 임상 수요만 감안한 결과이고, 의사 양성을 위한 교수요원, 바이오헬스를 이끌어갈 임상병행연구의사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미래 의사 수요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 실장은 "(의약분업 이후) 19년간 누적 축소 인원을 감안하면 7,000여 명에 이를 정도"라며 "의대 정원 확대라는 난제를 미뤄두기만 하면서 국민들은 '응급실 뺑뺑이'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의대 정원 확대로 현재 극소수에 불과한 '의사과학자' 양성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의대와 의사 양성을 의사와 다른 직역, 혹은 환자 간 갈등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미래를 위해 '메디컬닥터'로서의 자격을 갖추며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역할을 할 분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의료계 설득과 함께 파업에 대한 대비책 준비에도 들어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의료 공백 상황에 대비해서 비상 진료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일을 소명으로 하고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다 생각하기 때문에 집단행동 등은 충분히 자제해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전날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에 이어 업무개시명령 및 면허취소를 검토하는지에 대해선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은 집단행동이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조치를 내릴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