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7일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을 실패한 거 아니겠나”며 “문 정부 핵심 인사들이 책임을 져야 된다는 의견도 크다”고 주장해 논란에 가세했다. 애초 논란은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21일과 지난 6일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정권 탄생에 기여한 분들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친문 용퇴론’을 제기해 촉발됐는데, 정 의원이 임 위원장의 주장에 힘을 보탠 셈이 됐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 책임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대선 패배 후 당 재편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 추대론과 맞물려 이미 제기됐다. 그때도 문 정부 인사들은 정권 재창출 실패 책임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뺄셈 정치’는 정치적 손실을 부를 뿐”이라는 논리로 맞섰다. 최근 논란은 그때보다 격하다. 임 위원장의 책임론에 맞춰 법무장관을 지냈지만 ‘친명’쪽으로 돌아선 추미애 전 장관은 “석고대죄해야 할 문 정부의 두 비서실장이 총선을 나온다고 한다”며 임종석ㆍ노영민 2명을 직격하기까지 했다.
대선 패배 책임론이 공천 배제 분위기로 치닫자, 친문 인사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출마를 공언한 임 전 실장은 당초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정도로 반응했다가 8일엔 “여기서 더 가면 용서받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정부 청와대에서 각각 대변인과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고민정ㆍ윤건영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문 정부 책임론에 공식 반발했다.
특정 정당의 공천을 둘러싼 정파 싸움이 국리민복에 직결된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새삼 대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민주당의 ‘문명 갈등’을 바라봐야 하는 국민은 답답하다. 여든 야든, 국민은 정당이 건강해져 민의를 왜곡 없이 정치과정에 수렴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은 이를 외면한 채 ‘이재명 사당화’를 위한 권력투쟁과 자리싸움에 힘을 쏟는 것처럼 보이니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