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인 임종석 전 실장의 출마 거취가 더불어민주당 공천에 복병으로 부상 중이다.
'대선 패배 책임론'을 앞세운 친이재명(친명)계의 불출마 압박에, '이재명이 진 선거'라며 친문재인(친문)계가 맞서는 소위 '문명대전'이 확전일로다. 게다가 임 전 실장이 당내 86세력의 '맏형'이라는 점에서, 친명과의 헤게모니 대결로까지 전황이 번져가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상황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 대표는 일단 침묵 중이다.
현재 친명계가 '임종석 불출마'의 명분으로 삼는 건 두 가지다. ①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정부 탄생에 기여한 만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②86운동권 세력은 이제 그만 물러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친명계 지도부 인사는 "촛불정부가 5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 배경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폭등, 조국 사태 등 분명한 실책이 있지 않느냐"며 "임종석·노영민 전 비서실장 두 사람 정도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 책임론'이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은 "86 운동권 인사들은 처음부터 양지로 들어와 꽃길만 걸었다"며 "이제는 희생할 때도 됐다"고 했다. '86 운동권' 교체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맏형'인 임 전 실장이 쇄신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논리다.
친문계는 "친문 고사 작전의 신호탄"이냐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은 "친문계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가 저인데 저도 총선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인가"(BBS 라디오)라고 발끈했다.
'대선 패배 책임론'에 대해서도 '이재명 책임론'으로 역공에 나설 태세다. 한 친문계 의원은 "모든 선거는 기본적으로 후보가 치르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탄생 일등공신이 이재명 대표 아니면 누구냐"고 쏘아붙였다. 비이재명(비명)계 의원은 "선거는 결국 본선 경쟁력이 핵심인데 친문이라고 무조건 자르고, 그 자리에 이름 없는 친명을 내리꽂아서 지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답답해했다.
당내에선 이재명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문명대전'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에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이 상황을 그대로 두면 이 대표가 동의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당의 단합과 단결을 해치는 문제가 있다면 대표와 지도부가 나서 설득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초부터 이 대표와 별도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 대표 측의 회신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에 "여기서 더 가면 친명이든 친문이든 당원과 국민께 용서받지 못한다"며 당 지도부를 향해 통합 행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