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2023년 정치자금 모금 및 지출 내역을 공개했다. 사람들이 가장 놀란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자금으로 매우 큰 금액의 변호사 비용을 지불했다는 점이다. 총지출액의 4분의 1이 넘는 5,560만 달러(약 730억 원)다.
한국 독자들은 크게 두 가지를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선거자금을 변호사 비용으로 써도 되는지 여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작년 총 4번, 91개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으니 변호사 비용이 어떤 용도인지 쉽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둘째, 선거 비용이 너무 크지 않냐는 것이다. 당내 경선 중인 트럼프 한 명의 후보가 2억1,600만 달러(약 2,850억 원)라는 돈을 썼는데, 아직 본선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선거자금에 대한 규제가 매우 느슨하다. 정해진 '기간' 정해진 '사람'들이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한국과 비교하면 이상하게 보이고, 세계 선진민주주의 국가들에 비해서도 지나치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부정하게 생각지 않고 정치적 의사표시의 일종이라고 여기는 문화다. 연방대법원이 지난 50년 동안 선거자금을 규제하려는 수차례 입법적 시도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결해 왔기도 하다.
PAC(Political Action Committee)이라고 불리는 '외곽'캠프는 후보와 상의만 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뭐든 다 할 수 있다. 작년 730억 원의 변호사 비용을 쓴 곳도 '미국 구하기 운동본부(Save America leadership PAC)'와 '미국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운동본부(Make American Great Again PAC)'인데, 트럼프 당선을 돕는 PAC들이다. 원래 '애국자 변호비용 펀드(Patriot Legal Defense Fund)'에서 모금했는데, 그 금액이 48억 원 정도에 불과해 PAC이 직접 나선 것이다. 트럼프에 대한 기소가 그의 대통령 당선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변호사 비용도 PAC의 정당한 정치활동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선거자금 규모가 매우 큰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2016년 대선 기간 5,716억 원을 사용한 트럼프는 2020년 선거에서는 2배가 넘는 1조4,362억 원을 썼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2020년 2조 원을 훌쩍 넘게 사용했는데, 올해도 두 사람 모두 최소한 이 정도 선거자금을 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벌릴 2024년 돈의 전쟁도 볼만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