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에도 내용· 형식이 아쉬웠던 尹 대통령 신년 대담

입력
2024.02.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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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KBS 대담에서 새해 국정 전반에 관한 구상을 밝혔다. 설 명절을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2년째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뛰고 공영방송 대담에 그친 건 안타깝다. 그것도 1월을 넘긴 시점에, 생중계를 통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 아닌 사흘 전 촬영한 녹화방송이다. 윤 대통령은 작년에도 신년 회견을 조선일보 인터뷰로 대체해 소통 방식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KBS 대담은 윤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을 직접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됐다. 국정 최고지도자의 일상을 공개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집무실 내부를 훤히 드러내고, 집권 3년 차 정부의 외교안보와 경제 문제 등 국정을 소상히 설명한 것은 국민에게 다가서려는 전향적이고 긍정적 행보다. 특히 물가 관리, 금리, 의료개혁,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해 늘봄학교나 저출산, 중대재해처벌법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현안에 대한 솔직한 생각은 정책의 진정성으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영부인 리스크'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통령실은 명품백 수수에 대해 재미교포 목사가 김 여사 선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의도적으로 접근한 '몰카 공작'이란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여론이 취재윤리나 정치공작과는 별개로 김 여사 문제를 보고 있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이번 대담에서 "저라면 조금 더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하여튼 아쉬운 점이 있다"며 에둘러 유감을 표명하는 데 그친 것은 안타깝다. 이는 "질문은 집요했고 답변은 소상했다"는 대통령실의 설명과도 거리가 없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 부부의 공적 처신은 누구보다 엄격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심각히 여기지 않는 대통령실의 모습은 민심의 거부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윤 대통령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특검법을 거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정 지지율이 9개월 만에 다시 30% 아래(한국갤럽 2일)로 떨어진 것도 그런 연장선에 있다. 정권 초부터 제기됐던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에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진정될 사안도 아니다. 영부인 리스크에 관한 한 대통령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후속 해결책을 제시해 부끄러운 논란을 잠재우고 민심을 안정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