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아직 출전 선수도 안 정해졌는디, 무슨 말을 해유~.”
지난 4일 충북 청주시 육거리시장. 총선이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보 확정 전인 탓인지 많은 이들이 말을 아꼈다. 그러나 어투와 눈빛으로는 많은 말들을 하고 있었다. “살림살이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정치판은 싸움질만 한다”며 역정을 내던 육거리시장 상인 유모(55)씨도 짧게 던지곤 들어가 버렸다. “서민들 생활고에 등 돌리는 사람들한테 표를 주긴 그렇쥬!” 서민들의 삶에 관심 주지 않은 정당이 있었던가. 남은 시간 동안 더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실제 충북과 충남 대전 세종 등 충청권은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줘 ‘충청 대망론’을 실현시킨 곳이다. 이어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던 충청권 4개 광역시도 단체장 자리를 하나도 빠짐없이 국힘에 넘겨준, 겉보기와는 달리 과격한 곳이다. 이번에는 ‘이상’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김모(62ㆍ금융업)씨처럼 “대통령도 광역ㆍ기초 단체장도 모두 여당 소속인데,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지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택시기사 이모(45)씨는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최근 2년 사이 경제, 외교가 엉망이 됐다”며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그래서 더 많은 외국인과 기업이 한국을 찾도록 하는 데 힘을 쓰는 사람이 국회에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두 차례의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밀어줬다가 짐짓 후회하는 듯한 분위기는 세종에서도 감지됐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국힘 최민호 시장을 힘껏 안 도와준다’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국힘 소속 시장의 세종시정에 대한 낮은 평가는 총선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도담동의 한 고깃집 직원 오모(43)씨는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도시정원박람회, 연말 이응다리 빛축제 등 ‘이런 걸 왜 하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모두 무산되거나 연기됐고, 연말 빛 축제는 빈축만 사지 않았느냐”며 이번 총선에선 이전과는 다른 투표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시는 공무원 인구 비중이 크고, 소득 수준이 높아 눈높이가 상대적으로 높다.
다만 대통령을 배출한 충남지역 분위기는 주변 지역과 온도차가 있었다. 대선에서 충청 대망론이 이뤄졌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에서도 이전보다 여당에 대한 더 큰 지지가 이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대표적이다. 공주에 사는 윤모(73)씨는 “모든 것을 다 잘할 순 없고, 대통령 공약대로 청렴한 사회, 공정과 상식에는 더 부합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가고 있다고 본다”며 “한번 준 마음 끝까지 밀어주자는 여론이 있다”고 전했다. 예산상설시장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조모(74)씨도 “나를 포함한 많은 지역 상인들은 대통령, 도지사, 군수 모두 여당인데, 여당 국회의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며 “우리 상인들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를 잘할 사람을 국회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