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바꿔치기로 아기 4명 사고 판 30대 징역 5년

입력
2024.02.06 18:29
범행 가담한 남편도 징역 1년
"절차 안 거쳐 아기 위험할 뻔"

미혼모에게 병원서 아기를 낳게 한 뒤 친모행세를 하며 데려가는 산모 바꿔치기 수법으로 아기 4명을 매매한 30대 여성에게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제1형사단독 배관진 부장판사는 6일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38)에게 이 같이 판결했다. 또 A씨의 남편 B씨(27)에게는 징역 1년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 부부의 아동매매에 가담한 미혼모와 불법 입양 부부 등 나머지 6명에게는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1∼3년에 집행유예 2∼4년을 각각 선고했다.

A씨는 아기를 낳아 키우는 것을 고민하는 글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 임신부에게 접근해 자신의 이름으로 병원 진료를 받아 출산하도록 했다. 그리고는 미혼모 등에게서 아기를 산 뒤 아이가 없어 고민하는 다른 부부에게 넘겼다.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이러한 수법으로 4명의 아기를 매매했다.

이 외에도 A씨는 불임부부를 물색해 5,500만 원을 받고 직접 1명의 아이를 임신한 뒤 출산해 넘겼다. 또 과거 접근했던 미혼모에게 재차 연락해 “1,000만 원을 줄 테니 난자를 제공해 줄 수 있느냐”며 대리출산을 유도하기도 했다.

5명의 아이 중 2명은 불임부부 가정에서, 1명은 위탁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또 다른 1명은 해외 입양됐고, 나머지 1명은 아이를 넘겼던 미혼가정에서 다시 데려갔다. A씨는 지난 해 3월,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자신이 낳지 않은 신생아의 퇴원 수속을 밟다가 산모가 아닌 것을 눈치 챈 병원 직원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여기에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면서, 비슷한 수법으로 여러 명의 신생아를 넘긴 사실이 밝혀졌다. 재판 과정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던 그는 선고 전 결심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검찰은 징역 9년을 구형했다.

배 부장판사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아동을 매도할 사람을 찾은 뒤 피해 아동을 매수하고, 상대방에게 입양 환경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적법한 입양절차를 거치지 않아 피해 아동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위험한 환경에 처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금전을 조건으로 난자 제공을 요구한 것은 생명 윤리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행위“라고 꾸짖었다.

대구= 김정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