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4월 총선을 위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각 당의 꼼수 정치도 4년 만에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 앞 순번 기호 등을 받기 위해 의원 꿔주기라는 퇴행적 꼼수로 비판을 자초했다. 선거운동 때도 같은 정당이라는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비슷한 색깔의 옷을 입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을 피해 가기 위한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
여야 정당이 또다시 피해 가기 힘든 유혹은 '의원 꿔주기'다. 보통 앞 순번 기호가 유리하다는 판단에 여야는 공천 탈락과 불출마 의원들을 위성정당으로 보냈다. 현역 의원 수에 따라 기호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평소에는 보기 힘든 현역 의원들의 집단적 탈당과 입당이라는 희대의 모습을 유권자들은 지켜봐야 했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현역 의원 20명을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보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다. 민주당도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8명을 보냈다. 편법으로 미래한국당은 기호 4번, 더불어시민당은 기호 5번을 받고, 정당 보조금도 두둑이 챙겼다. 당시 한국당은 경상 보조금과 선거 보조금을 합쳐 66억9,487만 원을, 시민당은 선거 보조금 24억4,937만 원을 챙겼다. 공천이 본격화하지 않아 변수가 크지만 10여 명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이 2명의 의원만 불출마 대열에 합류한 국민의힘보다 '의원 꿔주기'가 더 용이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는 여야에서 갈라져 나온 신당의 존재가 변수다. 국민의힘 출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민주당 출신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신당을 차리면서 현역 의원의 선택지가 늘었다. 공천에서 배제돼 위성정당의 꼼수에 동원되는 불명예를 택하느니, 신당에 합류해 재도전에 나설 여지가 생겼다는 얘기다.
꼼수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또 다른 꼼수를 낳았다. 위성정당이 모(母) 정당과 사실상 같은 당이란 걸 유권자에게 인식시켜야 하는데, 공직선거법상 난점이 많다. 이 때문에 4년 전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분홍색,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파란색을 공유했다. 민주당은 여기에 '쌍둥이 버스'까지 띄웠다. 한 대엔 더불어민주당, 다른 한 대엔 더불어시민당이 적혀 있고, 두 대 모두 노란색 글씨로 숫자 1과 5를 강조했다. 총선이 4월 15일에 치러졌고, 기호 1번인 민주당과 기호 5번인 더불어시민당을 함께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이는 정당의 업무용 차량에 기호를 적지 못하게 한 선거법을 피해 가기 위한 꼼수였다. 미래한국당도 '2번에는 둘째 칸이다'라는 선거 구호로 통합당의 위성정당이란 점을 부각했다. 선거사무원이 아닌 경우 기호가 적힌 점퍼를 입을 수가 없는 선거법을 피해가기 위해 당시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통합당 경기도당을 방문 시, 가슴에 적힌 숫자 '4'를 '이번엔 둘째 칸입니다'라고 적힌 스티커로 가리는 촌극을 연출했다.
유권자들의 틈새를 노린 '유사 정당' 출연도 우려된다. 양당과 비슷한 이름으로 득표율을 올리려는 전략이다. 지난 총선에선 더불어시민당 외에도 '열린민주당' '미래민주당' '통일민주당' 등이 등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주축이 됐던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의 효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홍보 전략을 썼는데, 이근형 당시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그런 자식을 둔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연동형 이점을 노리고 비례정당이 난무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 총선은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해 투표용지가 48.1㎝에 달했다. 6일 기준 중앙선관위엔 50개의 정당과 11개의 창준위가 등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