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조까지 기제사를 한번에…종갓집도 제사 줄이고 간소화

입력
2024.02.05 11:40
안동지역 40개 종가 대상으로
한국국학진흥원, 제사문화 조사
횟수 줄이고 저녁시간대로 옮겨

합사로 횟수 줄인 종가 무려 35개
4대 봉사를 2대로 줄인 곳도 10곳


조상의 덕을 기리는 제사는 요즘 가족분열과 해체의 원흉이 된 지 오래다. 특히 명절을 전후로 가정법원을 찾는 부부가 급증한다고 할 정도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제사 문화도 크게 바뀌는 가운데, 경북지역의 종가도 제사 횟수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물을 줄이고 격식을 간소화하더라도 전국 각지에 흩어 사는 후손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확산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안동지역 40개 종가를 대상으로 조상 제사 지내기를 조사한 결과 연간 평균 12회인 제사를 최대 5회까지 7회나 줄인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종가에선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까지 4대 봉사와 그 이상 세월이 흘러도 신위를 땅에 묻지 않고 계속 제사를 지내는 불천위(不遷位) 제사, 설과 추석차례까지 지낸다. 이 때문에 제사에 대한 부담으로 종가 미혼남성은 결혼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다. 종부는 차기 종부가 될 예비며느리에게 “우리 아들과 결혼만 해 주면 지금 제사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약속을 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제사 횟수 감축이 대세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40개 종가 중 35개 종가에서 부부의 기제사를 합쳐서 지내는 합사(合祀)로 지낸다고 응답했다. 남편의 기일에 부부의 위패를 함께 모시고 아내의 기일은 제사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4대 봉사를 증조부모나 조부모까지 줄인 종가도 11곳에 달했다. 이 중 10개 종가는 조부모까지 2대 봉사로 변경했다. 2대 봉사로 줄인 곳이 많은 것은 조부모까지는 생전에 보고 자란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회인 4대봉사와 2회의 불천위 제사를 합사함에 따라 5회, 또 4대 봉사를 2대 봉사로 줄여 2회, 이렇게 모두 7회나 줄인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 특히 3개 종가는 4대조까지 8명의 조상 기제사를 후손들이 모이기 편한 특정 공휴일을 정해 한꺼번에 지내기도 했다.

제사를 지내는 시간도 조사대상 종가 모두 자정 전후에서 오후 7~9시 저녁시간대로 변경했다.

김미영(사회학박사)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제물과 격식이 간소화했다지만 잦은 제사는 여전히 가족화합을 해칠 수 있어 보인다”며 “주자가례와 조선의 예학자들도 제사는 주어진 상황에 맞게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고, 전통문화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종가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우리사회 제사문화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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