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 대사가 미국의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에 '깜짝 출연'해 당내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3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타운홀 행사에 참석한 현지 유권자 역할로 '카메오' 출연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헤일리 전 대사의 고향이자, 그가 주지사를 지낸 곳이다. 오는 24일 헤일리 후보의 경선 지속 여부를 가를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앞둔 곳이기도 하다.
헤일리 전 대사가 등장하자 청중은 환호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분장한 미 코미디언 제임스 오스틴 존슨에 "니키 헤일리와 토론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질문했다. 공화당 경선 주자들의 TV 토론에 불참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한 것이다.
이에 존슨이 "이럴수가, (2021년) 1월 6일 (연방의회 의사당) 보안을 책임졌던 여자, 낸시 펠로시군요"라고 받아치자, 헤일리 전 대사는 "당신 괜찮은가요? 아무래도 정신 능력 테스트가 필요할 수 있겠군요"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언급하다 민주당의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과 헤일리를 혼동한 일을 겨냥한 것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당시 트럼프의 말 실수에도 "특정 연령에 도달하면 (인지 능력 등의) 감퇴 현상이 나타난다"며 트럼프의 '고령'을 저격했다.
헤일리는 프로그램 마지막에 '대선 경선 후보 헤일리'로 역할을 바꿔 청중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정치인을 조롱하는 프로그램 답게 질문도 매웠다. 질문자로 나선 배우가 "남북전쟁의 주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혹시 알파벳 's'로 시작해 'lavery'로 끝나는 그 단어(slavery·노예제)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헤일리는 "맞다. 아마도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 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유권자와의 만남 행사 때 남북전쟁 원인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노예제'를 거론하지 않아 비판을 받은 사실과 관련해 '자책 개그'를 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