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에게 페널티킥 양보하고, 형에게 프리킥 넘겨주고...클린스만호 구한 손흥민-황희찬

입력
2024.02.03 07:25

이토록 아름다운 우애가 또 있을까. 손흥민(32·토트넘)과 황희찬(27·울버햄프턴)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호주와의 8강전에서 남다른 우애를 보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호주를 120분 연장 혈투 끝에 2-1로 역전승하며 4강에 진출했다.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이 키커로 나서 성공시켰고, 연장 전반에는 황희찬이 얻은 프리킥을 손흥민이 직접 차며 승리에 기여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페널티킥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손흥민은 클린스만호에서 페널티킥을 찰 때 '1번 키커'로 나선다. 황희찬이 찬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손흥민은 "제가 페널티킥 상황에서 첫 번째 키커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 상황에서 피지컬적으로 힘들었고, 황희찬이 자신 있게 자기가 차고 싶다고 하더라. 황희찬도 팀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힘을 내서 골을 넣었다는 게 중요하다. 누가 차든 상관없다. 팀에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에서 골을 넣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황희찬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황희찬은 "내가 (손)흥민이 형한테 차고 싶다고 했다. 형도 바로 '오케이'라고 해줬다. 그래서 자신 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선수로 뛰는 경기에서 모든 동작에는 책임감이 많이 따른다. 당연히 페널티킥도 나만의 슛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축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고 했다. 황희찬은 "그런 부담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페널티킥을 차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자신이 있었다"면서 "그렇게 차기까지 많은 노력과 준비가 있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나가서 찼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연장 전반에도 좋은 장면을 연출했다. 황희찬이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반칙을 당해 프리킥을 얻어냈다. 그 지점은 이른바 '손흥민 존'이었다. 손흥민이 직접 키커로 나서 오른발로 감아 찼고, 호주 골키퍼는 손도 대지 못하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알와크라 =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