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협박, 두려워말돼 준비 철저히

입력
2024.02.05 00:00
26면

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핵·미사일만 강한 북한 실체 파악해야
한미 핵 협의 그룹으로 북핵위협 막고
외교·안보에서 국민 공감대 확립 필요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협박이 거칠다. 남한은 더 이상 동족이 아니고 교전 상태에 있는 주적이라고 하고, 따라서 이러한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선언했다.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하였다.

1994년 "불바다" 선언을 비롯, 북한의 협박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김정은의 협박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미국에서 이것이 단순한 협박 이상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노림수가 무엇인지에 대한 추측도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다. 북한이 2021년 제8차 노동당 전당대회 이후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로 발전시킨 배경에서 이해가 되는 반응들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대응이다.

첫째, 북 위협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경제 그리고 교육, 보건, 복지 등 인간개발지수로 보자면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나라이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수준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갖고 있고, 다른 한편 핵을 제외한 재래식 군사 능력은 뒤떨어진, 한마디로 비정상적인 국가이다.

재래식 군사 능력과 관련, 이 분야의 권위 있는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능력을 세계 5위로, 반면 북한의 능력은 지난해 34위에서 36위로 두 단계 낮추어 평가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우리에게 무력 도발을 감행한다면 전면전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국지전·비정규전이 될 것이고, 이것이 핵 도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따라서 북한의 이러한 도발을 억제하고, 일단 도발 시에는 이를 초기에 격퇴하여 더 이상 확전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이 계획할 수 있는 도발의 시나리오를 더욱 촘촘히 검토하고, 특히 서해 5도와 비무장 지대에 근무하는 우리 군부대에 이에 대비한 충분한 훈련과 정신력을 배양해야 할 것이다.

둘째, 북한의 핵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작년 7월 발족한 한미 핵 협의 그룹을 잘 발전시켜 확장 억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보장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 내부에서 전술핵 재배치, 또는 자체적인 핵 무기 개발의 목소리가 있으나 현재로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김정은은 작년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하여 워싱턴 선언과 핵 협의 그룹에 대하여 원색적 비난을 쏟아부었다. 그로 하여금 모든 것을 희생하며 추진해 온 핵 개발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자각하게 했다는 하나의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외교·안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2022년 발표한 우리나라 인·태 전략의 요체는 중·러를 비롯한 모든 국가와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원칙 위에 이것을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핵심적인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에 단호히 반대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미 컨테이너 5,000대 분량의 포탄을 제공했고, 하마스나 헤즈볼라 등과의 군사 협력 증거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 수상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 우크라이나가 침공에 굴복하면 가장 고무될 국가가 북한이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긴장의 원인을 한·미, 한·미·일 협력 강화에 돌리는 것은 선후가 완전히 뒤바뀐 주장이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