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2023년 10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고의 성적표를 내놨다. 커머스(상거래)와 콘텐츠 사업이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덕이다. 다음 달 14일 취임 2주년을 앞둔 네이버의 최고경영자(CEO) 최수연(43) 대표가 활짝 웃게 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9조6,706억 원으로 2022년 대비 17.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일 공시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4,888억 원으로 재작년 대비 14.1%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네이버의 지난해 4분기 매출도 2조5,370억 원, 영업이익 4,055억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취임 첫해였던 2022년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한 8조2,201억 원으로 사상 첫 '8조 클럽'에 가입했으면서도 연간 영업이익은 1.6% 감소한 1조3,047억 원에 그쳤다. 네이버 영업이익이 줄어든 건 2018년 이후 4년 만이었다. 그런데 1년 만에 매출, 영업이익에서 더 큰 성장을 이뤄낸 것.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을 부문별로 분석하면 ①커머스가 2조5,466억 원으로 재작년 대비 41.4% 늘었다. 도착 보장 서비스를 유료화하며 매출이 증가했고 북미 이용자 간 거래(C2C) 플랫폼인 포시마크 편입 효과로 분석된다. ②콘텐츠 매출도 1조7,330억 원으로 재작년 대비 37.4% 증가했다. 웹툰 지식재산권(IP)을 영상화한 콘텐츠가 흥행해 이용자들이 네이버의 원작 콘텐츠를 다시 찾으면서 관련 매출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③핀테크(금융 기술)와 클라우드 부문의 매출도 1조3,548억 원, 4,472억 원으로 각각 14.2%, 11.0% 증가했다.
다만 ④검색·디스플레이 광고인 서치플랫폼 부문의 매출은 3조5,891억 원으로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네이버는 올해에도 인공지능(AI)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핵심 사업인 검색·광고 분야는 본격적으로 생성형 AI와 연계되면 개인화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상품 추천, 광고 효율이 올라가 성과가 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검색 서비스 큐(Cue:) 등을 확대 적용하는 중이다.
특히 신사업인 쇼트폼 서비스 '클립'과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12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치지직은 현재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30만 명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경기 둔화로 커머스 시장 전망이 밝지 않지만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같은 중국 커머스 플랫폼이 국내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네이버의 판단이다. 또한 우아한형제들에서 영입한 김범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중심으로 경영 효율화와 기술직 생산성 개선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네이버가 폭풍 성장하면서 1980년대생 CEO인 최 대표 리더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 대표는 취임 후 플랫폼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성형 AI 기술 연구개발(R&D)과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 등에 적극 투자해왔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수출하는 등 글로벌 시장도 공략 중이다. 최 대표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안팎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 예상되지만 핵심 사업과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더 큰 발돋움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