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한 영웅들… 문경 화재 순직 두 소방관 얼굴 공개

입력
2024.02.02 10:03
경북소방본부 "사진 공개 유족 동의 받아"

경북 문경시 공장 화재현장에서 인명 수색을 하다 목숨을 잃은 두 소방관의 얼굴이 공개됐다. 경북소방본부는 “유족들과 협의해 사진 공개에 동의를 받았다”고 2일 밝혔다.

순직한 두 명의 소방대원은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다. 이들은 1월 31일 오후 7시 58분쯤 불이 난 공장에서 인명수색을 위해 3층으로 진입했다 갑자기 불길이 확산하면서 대피하다 고립돼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소방장은 박 소방교보다 여덟 살 어리지만 선임이다. 2019년 공채로 임용됐다. 지난해에는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어렵다고 소문난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스스로 지원했다. 박 소방교는 특전사로 근무하다가 ‘사람을 구하는 일이 지금보다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지난 2022년 구조 분야 경력경쟁채용에 지원해 임용됐다. 그는 이미 인명구조사 자격을 취득한 상태였다.

박 소방교와 소방학교 동기로 화재 현장에서 만난 김태웅(30) 소방사는 “수훈이 형과 김수광 소방반장은 항상 웃는 사람들로, 일과시간 이후에도 남아서 로프를 타거나, 장비를 로프에 묶어 옮기는 등 개인훈련에 몰두했다”고 회고했다. 김 소방사는 또 “수훈이 형은 특전사 전역 후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했는데, 코로나19가 확산하자 119구조대원으로 지원했다”며 “고립됐다는 소식을 듣고 무사귀환을 기도했지만 이제 웃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 소방교 특전사 선배인 한 소방관은 "구조대를 자원할 만큼 투철한 애국심과 국가관을 가진 사람이었다"며 비통해했다.

순직한 두 소방대원은 모두 미혼이다. 두 사람은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이야기할 만큼 조직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해 7월 경북 북부지역 극한호우 때 문경시, 예천군 실종 주민들을 찾기 위해 68일 간 수색작전에 나서기도 했다.

경북도는 1일 고인들의 마지막 근무지였던 문경시의 문경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하고 장례를 치르고 있다. 고인들의 고향인 경북 구미·상주소방서를 비롯해 문경소방서, 경북도청 동락관 등 4곳에는 오는 5일까지 분향소가 설치된다. 발인은 오는 3일 오전 7시로 예정됐다.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유족과 협의가 이뤄졌다.

문경=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