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당신을 '한국 현대미술'에 흠뻑 젖게 할 바로 그 전시

입력
2024.02.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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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
국립현대미술관, 연휴 무료 개방
지역 곳곳 한국 현대미술 전시 한가득

올해 설 연휴 한국 현대미술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할 전시를 소개한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미술 작품 감상하기 좋은 명절, 한국 현대미술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전시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뒤엉킨' 대안을 찾아서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는 김홍석 작가의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가 열리고 있다. 작가는 미술을 서구적 시각에 의해 완성된 '정상적 미술'과 오류를 통해 서구의 미술을 이도 저도 아닌 것으로 만든 '비정상적 미술'로 나눈다. 작가가 찾은 '한국스러운 현대미술'의 길은 뒤엉킴이다. 전시에는 서구의 근대성을 잘 따르는 작품과 서구적 관점에서는 엉터리인 작품 등이 뒤섞여 있다. "현대에서 발견되는 뒤엉킨 감각은 어쩌면 새로운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 이런 뒤엉킴을 통해 우리의 인식체계를 바꾸어 다른 세상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것은 어떨까?" (작가 노트 중에서)

의도한 뒤엉킴이 가장 잘 느껴지는 공간은 사군자를 필두로 연꽃, 대나무 잡목 등을 그린 회화 작품이 자리한 K2 전시관 2층이다. 사군자의 묵향 대신 서양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아크릴과 캔버스로 그린 점이 동양화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깨부순다. 사군자 그림에 '유니티(unity·통합)' '텐션(tension·긴장)' 같은 영단어 제목이 붙은 것도 이색적이다. 끈적끈적한 브리티시 블루스풍의 음악이 동양화 전시 공간에 계속 흘러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전시는 9, 10일을 제외한 설 연휴 기간 동안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설 연휴 4관 무료 개방

국립현대미술관(국현)은 설 연휴에 서울, 과천, 덕수궁, 청주 4관을 무료 개방(서울관은 설날 당일만 휴무, 과천· 덕수궁· 청주관은 연휴 내내 개관)한다. 서울관에서는 '올해의 작가상 2023'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 백년 여행기'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 '김구림'이 진행 중이다. 덕수궁관과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은 오는 12일 전시 종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설 연휴가 막바지 관람 기회가 될 것이다.

2012년 출범 이래 한국 동시대 미술 작가를 육성하고 후원하는 대표적인 상인 '올해의 작가상' 전시를 눈여겨보자. 8일 최종 수상작가가 권병준으로 결정된 가운데, 그를 포함하여 갈라 포라스-김, 이강승, 전소정 등 주목받는 동시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영상, 조각, 회화, 뉴미디어, 출판, 설치 등 온갖 매체를 동원하여 작가들이 던지는 문명의 역사, 인간과 자연의 관계, 제도의 뿌리와 작동 방식, 공동체의 정체성과 가능성에 관한 질문들은 부지불식간에 관람객의 사유를 넓힌다.

설 연휴 미술관 방문객들을 위해 국현이 진행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벤트로 새해의 행운을 기대해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연휴 나흘 동안 미술관 방문 인증 사진을 두 개의 해시태그 ‘#국현미전시’, ‘#MMCA’와 함께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관람객을 대상으로 비매품인 한정판 전시 연계 굿즈를 35명에게 증정한다.





설 연휴, 지역에서도 현대미술 만끽할 전시 한가득

고향에 가서도 한국 미술을 즐길 기회가 충분하다.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공간에서는 '국내 생존작가 중 가장 비싼 작가'라는 수식어를 지닌 이우환의 대표적인 조각 작품 4점과 회화 15점이 전시된 상설전이 계속된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광주 출신 박소빈 작가의 '박소빈: 용의 신화, 무한한 사랑'전이 열리고 있다. 일찍이 동양 사상과 설화에서 '용'을 접한 뒤 이를 소재로 작품 세계를 펼쳐온 작가의 다양한 형식의 작품 속 용들이 '청룡의 해'를 반기는 듯하다. 경남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는 지역 근현대 미술전 '바다는 잘 있습니다'가 열리고 있다. 마산의 1940~1970년대 회화를 주제로 바다를 주제로 한 경남미술의 태동과 격동기를 총망라했다. 명절을 맞아 고향의 바다를 닮은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출렁이는 파도처럼 고향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이 밀려올지도 모른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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