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두 소방관, 사람 더 있는 줄 알고 뛰어들었다 참변

입력
2024.02.0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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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구조 소식에도 한 명 달려 나오자
"더 있는 것 아냐" 위험 무릅쓰고 진입 
4인 1조로 수색…불길 치솟자 "나가자" 
두 명은 나왔지만 김 소방교 등 못 나와

'사람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경북 문경시의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소방대원 두 명은 당시 공장 직원들이 모두 빠져나왔는데도 내부에 사람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불길 속으로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대원들은 공장 관계자가 “직원들이 다 나왔다”고 말해 안심했으나, 뒤늦게 한 명이 달려 나오자 혹시나 하고 인명 수색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1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7분쯤 119로 문경시 신기동 신기제2일반산업단지 한 육가공 제조업체 공장에 불이 났다는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문경소방서 소방대원들은 공장 관계자에게서 “직원들은 (밖으로) 다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검은 연기가 치솟는 건물 안에서 제조업체 관계자 한 명이 달려 나오자, 소방대원들은 ‘안에 사람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인명 수색에는 문경소방서의 베테랑 구조대원인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가 동료 두 명과 함께 4인 1조로 나섰다.

1층에서 계단을 따라 발화지점인 3층까지 진입했을 때만 해도 연기만 올라올 뿐 상황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잠시 뒤 내부 곳곳에서 불길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대원들은 되돌아 나가기로 했다. 3층 계단실 입구에 다다랐을 쯤, 화마가 확산돼 뿜어져 나왔다. 앞서 가던 대원 두 명은 불길을 뚫고 2층 계단까지 내려왔지만, 뒤따라오던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탈출한 두 명의 대원도 출구로 나오지 못하고 1층 창문을 뚫고 뛰어내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김 소방교 등 두 명의 대원이 갇혔던 3층 바닥면이 건물 2층 아래까지 내려앉았다. 소방당국은 두 대원이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불길이 더욱 거세지면서 고립된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화재 신고를 받고 5시간쯤 지나 큰불이 잡힌 1일 0시 21분쯤 건물 3층에서 김 소방교로 추정되는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박 소방사 시신은 오전 3시 54분쯤 같은 층에서 발견됐다. 둘은 5m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다. 주검이 많이 훼손돼 유전자(DNA) 검사를 한 뒤,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기로 했다.

배종혁 경북 문경소방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현장은 내부에서 계속 연소가 진행돼 환경이 언제든지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다 탈출했다고 했는데 육가공 제조업체 관계자 1명이 나왔고, 안에 5명이 더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리 대원들이 직접 올라가서 인명 검색을 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배 서장은 "순직한 두 대원은 다른 누구보다도 모범이 되고 시범도 잘 보이는 훌륭한 이들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소방청은 순직한 소방관들을 추모하기 위해 7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3일 영결식까지 조기를 게양한다. 또 두 명의 대원에게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국립묘지 안장 및 국가유공자로 지정한다. 훈장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순직 소방관들의 빈소를 찾아 추서할 방침이다. 장례는 경북도청장(葬)으로 열고,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할 예정이다. 또 정부세종청사 17동 야외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한다. 경북소방본부는 5일까지 고인들의 고향인 구미·상주소방서와 경북도청 동락관, 문경소방서 등 4곳에서 분향소를 운영한다.

한편, 육가공 공장에서 난 불은 전날 119신고가 접수되고 13시간 10분이 지난 이날 오전 9시쯤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3층에 있던 튀김기에서 발화한 것으로 잠정 추정하고 경찰과 함께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문경= 김정혜 기자
문경= 정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