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35세 순직 소방관 생전 "소방과 결혼했다" 사명감 투철

입력
2024.02.01 11:21
어려운 인명구조사 시험통과 후 구조대 자원
특전사 근무 뒤 "사람 구하겠다" 뒤늦게 임용
소방청 주관 장례… 경북도, 1계급 특진 추진

경북 문경시 화재현장에서 인명 수색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두 소방대원은 평소에도 “소방과 결혼했다”고 말할 정도로 사명감이 투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순직한 두 명의 소방대원은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다. 이들은 불이 난 육가공 공장 건물 3층 바닥에서 서로 5∼7m 떨어진 채 발견됐다.

김 소방교는 박 소방사보다 나이로는 여덟 살 아래지만 선임으로, 2019년 공개경쟁채용으로 소방공무원에 임용돼 재난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국민을 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해 왔다. 지난해에는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따기 어렵다고 소문난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스스로 지원했다.

박 소방사는 특전사로 근무하다가 ‘사람을 구하는 일이 지금보다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지난 2022년 구조 분야 경력경쟁채용에 지원해 임용됐다.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 모두 미혼으로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이야기할 만큼 조직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고 한다. 특히 두 대원은 지난해 7월 경북 북부지역 폭우로 실종된 문경시, 예천군 실종 주민들을 찾기 위해 68일 동안 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김 소방교 등은 지난 31일 저녁 7시47분쯤 화재 진압과 인명 수색을 위해 공장 내부로 진입했다가 갑자기 불길이 커져 건물이 붕괴하면서 건물 3층에 고립됐다. 당시 3층에는 김 소방교, 박 소방사 등 총 4명의 소방대원이 조를 꾸려 미처 대피하지 못한 공장 직원이 없는지 살피고 있었다.이들은 불길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건물 밖으로 나가기로 하고 계단을 찾아 내려오다 내부 골조 등이 무너지면서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순직한 대원들의 주검이 많이 훼손돼 유전자(DNA) 검사를 한 뒤, 정확한 신원을 확정하기로 했다. 배종혁 경북 문경소방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고립됐던 구조대원들이 똑같은 복장으로 투입돼 정확한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다. 대원들은 최선을 다해서 화재를 진압했고,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북도는 순직한 소방공무원들에게 애도와 경의를 표하고 ‘경상북도 순직 소방공무원 등 장례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장례와 국립현충원 안장, 1계급 특진 및 옥조근정훈장 추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장례는 소방청 주관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이날 화재는 31일 오후 7시 47분쯤 육가공품 제조공장에서 발생했다. 소방청은 오후 8시 25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이어 24분 뒤인 8시 49분쯤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당국은 장비 47대와 331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여 1일 새벽 0시 20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소방당국은 일단 공장 건물 4층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경찰 등과 함께 정확한 원인과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합동 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문경= 김정혜 기자
문경= 정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