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06번 재판 만에 1심 결론… 경영권 승계 합법·위법 판단 나온다

입력
2024.02.02 10:00
5일 '부당합병·분식회계' 혐의 1심 선고
기소 3년 5개월 만에... 사법리스크 주목

이재용(56) 삼성전자 회장의 1심 재판 선고가 다음주 나온다. 불법 경영권 승계를 위해 법을 어겨 계열사를 합병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법원의 결론은 2020년 9월 기소 후 3년 5개월 만에 나오는 것. 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경영상 필요에 따른 합리적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삼성 경영권을 물려 받기 위한 조직적 위법 행위였는지를 가릴 예정이다.

이 회장 측 "혐의 모두 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는 5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사건 선고공판을 연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과 삼정회계법인 관계자 등 13명에 대한 선고도 같은날 이뤄진다.

이 회장 혐의는 크게 두 갈래다. 우선 검찰은 ①2015년 '최소 비용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추진 중이던 이 회장이 미래전략실과 공모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는 띄운 것으로 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23.2%보유한 대주주였기 때문에, 합병을 앞두고 제일모직 가치가 높아지는 게 이 회장 쪽에 유리했을 것이라고 검찰은 봤다. 그 결과 제일모직 주주인 이 회장은 삼성물산 소유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이재용→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해 그룹 지배력을 키웠지만, 합병 과정에서 원래 삼성물산 주주들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합병 후 이 회장 측이 ②'불법 경영권 승계' 논란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사후 합리화' 차원의 회계사기(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합병 여파로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 위험에 처하자, 회계처리 방식을 '지분법'으로 바꿔 기업의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공소장에 적시된 과대 계상 규모는 4조5,436억 원에 달했다.

재판 과정에서 쟁점은 '합병이 삼성물산 경영실적 개선을 위한 합리적 판단이었느냐'로 좁혀졌다. 이 회장 측은 △합병을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 받은 적 없으며 △합병 이후 오히려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하면서 주주들 또한 이득을 봤다며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회계 방식 변경 역시 국제회계기준을 따른 결과일 뿐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맞섰다.

삼성, '사법리스크' 털어낼까

3년 2개월간 이어진 법정 공방은 검찰이 지난해 11월 17일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하며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공판만 106차례 진행될 정도로 복잡하고 길었던 이 재판의 시작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였다. 수사과정에서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 회장이 숙원사업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며 부당합병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특별감리에 착수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기준을 바꾼 것은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 등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삼성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포착, 2019년 5월 삼성 측 핵심 관계자 8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듬해 들어선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로 수사를 확대하고 2020년 5월 26일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이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도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를 내렸다. 수사팀은 장고 끝에 결국 2개월 뒤 이 회장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심의위 권고에 불복한 첫 사례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로 수사를 맡았다.

법원 판단에 따라 삼성은 또다시 '사법리스크'를 맞을 수도 있다. 2021년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고 그해 8월 가석방, 이듬해 8월 사면된 이 회장은 현재까지도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1심 재판부가 이 회장 손을 들어주더라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길게는 3, 4년이 걸릴 수 있어 완전한 리스크 해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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