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맹공했다. 이 대표의 이날 신년 기자회견을 겨냥해 사법 리스크를 고리로 역공에 나선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 수원 한국나노기술원 현장 방문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 대표) 기자회견을 못 봤는데 거기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뭐라고 했느냐"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혹시 시간이 모자라서 질문이 안 나온 것이면 제가 한번 물어보고 싶다”며 이 대표를 겨냥해 공개 질문을 쏟아냈다. 한 위원장은 "첫째, 법인카드를 본인이 쓴 것이 맞느냐. 둘째, 만약 민주당의 어떤 예비후보자가 기업이든 국가든 법카를 자기 샴푸 사고 초밥 사 먹고 자기 와이프에게 쓰는 게 걸렸다면 (그런 사람을) 공천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셋째, 이런 질문 안 받고 도망가는 것이 부끄럽지 않느냐”고도 덧붙였다.
법인카드 의혹은 이 대표의 경기지사 재임 시절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측근인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이 대표 배우자인 김혜경씨 개인 음식값 등을 결제했다는 내용이다. 배씨의 법인카드 유용 사실은 대체로 입증이 됐고, 이 대표나 부인 김씨가 이를 지시하거나 묵인했는지 여부를 검찰이 수사 중이다. 이 대표는 2022년 8월 부인 김씨가 해당 사건으로 검찰 소환을 받은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부하 직원을 제대로 관리 못하고, 아내가 공무원에게 사적 도움을 받은 점은 국민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부당사용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위원장이 제기한 '86 운동권 심판론'과 관련해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 독재"라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한 위원장은 "(이 대표가) 아무 말이나 막 하는 것 같다. 검사 독재라는 것이 진짜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도구인데, 도구 자체를 악마화하는 것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역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민주당에서는 신성식 전 검사장도 (총선 후보로) 나온다는데 그럼 그 사람들이 독재를 한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이 대표가 "대통령이 시대착오적 이념 전쟁으로 급기야 정치인 암살테러가 벌어졌다"는 발언도 문제 삼았다. 그는 "이 대표가 피습당한 게 특정 집단의 욕망 때문에 그런다고 한거냐"며 되물은 뒤 "테러는 범죄고, 테러로 정치 장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장이 이날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은 것에는 “1심 재판이니 더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고발 사주 사건과 관련해 한 위원장은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