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 방식을 "검사 독재"로 규정하며 "지금 (우리가)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맹폭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으로 '86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을 몰아붙이자 맞불을 놓았다. 이 대표는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무시한 채 정적 죽이기에만 올인했다"며 총선에서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은 '민생, 전쟁, 저출생, 민주주의'라는 4대 위기에 처했다"며 "지금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윤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을 경제와 평화, 민주주의를 죽이는 윤석열 정부의 '죽임의 정치'에 맞서는 '살림의 정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단어는 경제(17회), 정부·사회(15회), 국가(14회), 출생·민주주의(12회), 윤석열(11회) 순이었다. 대표실 관계자는 "대한민국 국가 경제, 안보,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는 전방위 위기에 윤 대통령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메시지 배치"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에서 피습당한 것과 관련, "소위 암살 시도, 정치 테러가 개인에 의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국민을 편 가르고 시대착오적인 이념전쟁을 벌이고, 권력을 상대를 죽이는 데 사용하니 국민들도 그에 맞춰 더 격렬하게 분열하고 갈등하고 적대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여당을 향해 비판을 하더라도 도의를 넘은 일이 없다"면서 "통합의 책임을 다해달라"고 윤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여야 강성 지지층을 향해서는 "서로를 미워하지 말아달라"며 "일부 지나친 과격한 언행으로 서로에게 상처주는 일들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초저출생 극복을 위한 '출생기본소득'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태어나 성장하는 주요 단계마다 국가가 최소한의 종잣돈을 지원해주는 개념이다. 전날 밤까지 손수 개념과 표현을 다듬었다고 한다. 경기지사 시절부터 연달아 내놓은 기본소득 정책의 정점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그동안의 저출생 대책은 부모를 기준으로 삼다 보니 소득 기준을 놓고 불필요한 논쟁이 있었다"며 "부모가 아니라 출생아 중심으로 관점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가 기본적 삶의 수준을 영위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 "이미 시행 중인 아동수당을 확장한다면 당장의 재정부담은 크지 않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인구 축소 사회에 맞춰 사립대 등록금을 공립대 수준으로 낮추고 대학 교육비 자체를 무상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저출생은 대한민국 공동체의 존속이 달린 문제"라며 "과하다 싶을 정도의 보편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인구 소멸 대책을 논의할 사회적 합의체로 '범국민 저출생 대화기구'를 제안했다. 회견 도중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지적한 미국 인구학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대한민국이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두 차례 읊조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