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탓만 하고 선거제 입장도 안 밝힌 이재명 대표

입력
2024.02.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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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의 독단과 무능으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며 “2년간 윤석열 정부는 정적 죽이기에만 올인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피습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시대착오적인 이념 전쟁을 벌인 결과 사회는 더 분열되고 급기야 정치인 암살 테러가 벌어졌다”며 “개인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민생경제, 전쟁, 저출생, 민주주의를 4대 위기로 꼽은 뒤 “경제와 평화를 죽이고 민주주의와 사람을 죽이는 정치를 끝내고 ‘살림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대표가 총선이 열리는 해에 대통령의 편협한 정치를 지적하며 정권심판론을 제기하는 건 이상할 게 없다. 피습 사건이 한 달도 지나지 않은 만큼 당사자의 소회를 밝힐 수도 있다. 그러나 수사를 통해 추가 공범이나 배후 세력이 없다고 발표됐는데도 마치 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건 음모론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자신의 혐의와 사법 리스크에 대해선 한마디 사과나 해명도 없이 정부와 검찰을 향해 험악한 용어만 쏟아내며 피해자인 척하는 것도 식상하다. 이 대표가 스스로 주창한 ‘살림의 정치’와도 어긋난다. 화해와 통합, 혁신과 희망의 메시지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여전히 정치적 이해에 따라 갈등만 키우는 모습에 더 실망했다.

특히 총선이 70일도 남지 않았는데 선거제 문제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건 답답하고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민주당은 오리무중이다. 이 대표는 여러 차례 위성정당 금지와 준연동형 유지를 공언했음에도 표 계산에서 불리할 것 같자 돌연 병립형 수용을 시사해 혼란만 키웠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와 사당화 지적에도 그는 침묵하고 있다. 이러니 이 대표가 자기만 살리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진정 나라와 민생을 ‘살리는 정치’는 자기희생에서 시작하는 게 순리다. 그래야 총선 승리도 기대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