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명령어(프롬프트)만 넣어도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활용이 게임 업계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생성형 AI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 기존 데이터를 무단으로 활용해 사실상 표절이 될 수 있고 원래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이다. 게임업계는 나름의 잣대를 만들고 방지책을 마련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3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이미 게임 개발 현장에 널리 쓰이고 있다. 19일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모임인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 주최 측이 공개한 게임 개발자 약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는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하거나 그런 팀에서 일한다고 답했다.
게임업계에선 프로그래머가 코드를 짜는 데 도움을 얻는 것 말고는 주로 비중이 낮은 NPC(논플레이어캐릭터·이용자가 조종하지 않는 캐릭터)나 배경 상황을 묘사할 때 생성형 AI로 작업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원저작권자는 물론 일부 개발자조차 생성형 AI의 활용에 거부감을 보이거나 윤리적 문제를 우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①AI 개발사들이 그동안 '공정 사용'을 근거로 무차별 수집해 왔던 AI 학습 데이터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②생성형 AI로부터 나온 결과물이 기존 제품의 표현과 비슷하게 나타나 저작권을 침해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AI로 만든 결과물의 질도 이용자들 사이에서 논란거리다. 넥슨이 인수한 스웨덴 개발사 엠바크스튜디오의 슈팅 게임 '더 파이널스'는 음성 해설을 TTS(텍스트 투 스피치) 기법으로 만들어 삽입했는데 부자연스런 목소리가 집중도를 낮춘다는 지적을 받았다. '포켓몬 유사 게임'으로 주목을 받은 '팰월드'는 캐릭터의 겉모습이 기존 작품과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AI 활용설'이 불거졌다.
논란이 거세지는데 세계 최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은 10일 생성형 AI 가이드 라인을 개정, AI를 활용해 제작한 게임의 유통을 허용하되 개발사에는 그 내용과 저작권 침해 등을 방지하는 보호 수단 등을 밝히도록 했다.
최근 흐름은 입법 등을 통해 생성형 AI가 학습하는 자료의 저작권을 보장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저작권 보호를 규정하는 세계 최초 'AI법' 도입에 합의했는데 2026년 시행이 목표다. 한국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배포해 AI 개발사에 저작권 보호를 요청했다.
AI 전문가인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해법은 음원처럼 저작권자가 저작권을 위탁한 기업 또는 단체와 통으로 계약을 맺고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이 AI 기업 레플리카스튜디오와 게임에 대한 AI 음성 사용권 계약을 맺은 것이 한 예다. 다만 이 역시 일부 성우의 반발을 불렀다.
게임업계에서도 저작권 침해가 없도록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 게임 엔진 개발사 유니티는 생성형 AI를 통해 게임 내 물체의 배경이나 무늬 등을 생성하는 AI 플랫폼 '유니티 뮤즈'를 서비스하고 있다. 유니티는 뮤즈의 제작 단계부터 자체 소유한 원본 데이터로 AI를 공부시켰다. 또 검수 인력과 자동 필터링 기법 등을 동원해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이미지를 없애고 있다.
한국에서 게임사 최초로 생성형 AI '바르코'를 공개한 엔씨소프트도 저작권 침해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300여 명의 전문 인력 중 가장 많은 비중이 학습 데이터를 고르는 데 투입됐다. 공부하는 이미지 또한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소울'처럼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데이터로 구성돼 있으며 바르코가 만든 실제 결과물은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다른 이미지가 나오도록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