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텃밭' 호남에서 민주당 공천을 둘러싼 전·현직 의원들 간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주로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 당적으로 당선된 전직 의원들과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된 현역 의원들 간 신경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감정의 앙금이 남을 경우, 향후 본선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당 내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본보가 30일까지 파악한 광주(8곳)와 전북(10곳), 전남(10곳) 등 28곳의 총선 지역구 중 6곳에서 전·현직 의원이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중 3개 지역구에서 고발전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전북 정읍·고창에서 3선을 한 유성엽 전 의원이 현역 윤준병 의원을 고발했다. 윤 의원이 지역언론을 통해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중 민주당 권리당원과 민주당 지지층 응답 결과만 따로 추려 '경선용이면 10%포인트 이상 윤 의원이 앞선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실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윤 의원 측은 "경선 때 권리당원 50%, 일반국민 50%가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권리당원에서 17.8%, 민주당 지지층에서 5.3% 앞서고 있으니 10%포인트 앞선다는 분석을 한 것"이라며 "SNS 게시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기준에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전북 전주병에서는 정동영 전 의원이 현역인 김성주 의원을 고발했다. 김 의원이 언론사 여론조사 내용을 활용해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조사 결과 공표 필수항목인 조사일시와 방법 등을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카드뉴스' 형태로 함께 보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남 여수갑에서는 주철현 의원이 경쟁자인 이용주 전 의원을 고발했다. "'현역 평가 하위 20% 명단'에 주 의원이 포함됐다는 허위사실을 전파했다"는 이유다.
선거 초반부터 번지는 과열 분위기에 민주당 전북도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고소·고발 남용은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며 정당정치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심각한 요인"이라며 "'고소·고발을 당했다는 것' 자체를 경선에 이용하고자 하는 악질적 관행은 반드시 청산돼야 할 구습"이라고 비판했다.
고발전이 벌어지는 지역은 대부분 팽팽한 접전 구도다. 2016년 국민의당 당적으로 당선된 전직 의원들이 2020년 총선에서 패배한 뒤 절치부심하면서 지역 민심을 다져왔기 때문에 지역 민심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호남 지역은 민주당 공천이 사실상 당선이라는 점에서 공천 경쟁 때부터 후보들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문제는 틈새다. 내부 경쟁에서 고발까지 갈 경우 공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후보 중에서는 무소속이나 호남 연고의 신당으로 출마를 강행하는 후보들이 나올 수 있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23석을 차지하면서 압승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과 달리 이번에는 '신당' 선택지가 생긴 만큼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갤럽 1월 넷째 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선에서 지지할 정당을 묻는 질문에 민주당은 호남에서 68%로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다만 이낙연 신당과 이준석 신당에 대한 호남 지지율도 각각 22%로, 양당의 전국 평균(16%, 20%)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 민심이 언제든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도 호남 민심잡기에 나선다. 영입인재와 함께 진행하는 전국순회 토크 콘서트를 다음 달 5일 광주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피습 사고 이후 이 대표의 첫 지방 공식 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의 1월 4주차 자체 여론조사는 1월 23~25일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