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에는 뿌리를 뽑으면 기괴한 비명을 질러서 사람을 다치게 하는 식물이 나옵니다. 맨드레이크(Mandragora officinarum)라는 이 식물은 실제로 존재하는 가짓과 식물입니다. 우리 인삼처럼 사람을 닮은 뿌리는 아주 깊고 굵게 자라고, 꽃은 언뜻 보면 동강할미꽃의 연보랏빛 꽃을 닮아 곱습니다. 맨드레이크는 수많은 신화와 소설, 성경에도 등장하는데 사랑의 마법이 있는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뿌리에 그런 성분이 있어 사랑의 물약을 만드는 데 쓰였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요즘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신비한 마법의 식물사전'이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데, 단연 인기가 높은 식물입니다.
해리포터에는 우리나라의 투구꽃(Aconitum)과 같은 집안의 식물도 등장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늑대 인간이 늑대의 본성을 누르고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먹었던 약으로 등장합니다. 이 식물에는 보호의 마법이 있는데 과거 마녀들이 늑대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활용했으며, 이 식물의 아코니틴 성분은 맹수를 사냥하기 위한 화살과 덫에 바르는 물질로 사용되는 등 항상 '늑대'와 얽혀 온 식물입니다. 영어 이름도 '울프스 베인'(Wolf's bane·늑대들의 골칫거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자나 천남성과 함께 사약을 만드는 재료인 동시에 귀한 약재로도 쓰이고 있지요.
치유의 마법식물로는 안젤리카(Angelica archangelica)도 이번 전시에 포함됐습니다. 전염병이 유행하던 시절, 한 수도사의 꿈에 대천사 성 미카엘이 나타나 이 식물을 이용하라고 권유했다고 합니다. 천사를 뜻하는 '안젤리카'라는 이름이 여기서 유래되었습니다. 실제로 뿌리와 씨에서 얻을 수 있는 기름은 경련과 불면증 치료에 효과적이며 우리나라의 천궁, 당귀 등과 같은 여러 식물이 이와 같은 산형과 식물에 속합니다.
생각해 보면 중세의 마법사란 식물의 특성 혹은 성분들을 잘 아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염병을 물리치기도 하고, 신경을 안정시키거나 혹은 흥분시켜 사랑에 빠지게 하기도 하고, 정신을 맑게 하여 마음을 치유하기도 하며 때론 위험에 빠트리기도 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코로나와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개발의 마법은 과학자들에게 넘겨주더라도, 숲을 사유하고 정원을 가꾸며 맑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간다면, 또 우리 삶에 식물들을 담아 향유하고 나눌 수 있다면, 우리도 초록 행복을 만들어내는 마법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