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가 더 생산적” 조사 결과 의미 크다

입력
2024.01.29 04:30
27면

근로자가 필요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는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가 일반 근무형태보다 “더 생산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현재의 경직된 근로형태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내용이다. 유연근로제 확대는 저출생 해법과도 연관이 크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2년도 한국 가구와 개인의 경제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시차출퇴근 경험자의 53.1%가 일반 근무형태보다 “더 생산적”이라고 답했다. “차이가 없다”는 40.8%였고, “생산적이지 않다”는 응답은 6.1%에 불과했다. 선택근무제(월 기준, 주 40시간 근로 평균을 유지하면서 1주 또는 1일 근무시간 조정 제도)에 대해선 41.8%가, 원격근무제는 34.7%가 일반 형태보다 “더 생산적”이라고 답했고, “생산적이지 않다”는 의견은 20%가량이었다. 재택근무제는 “생산성 차이가 없다”는 응답이 45.2%였다. 다만 재택근무제만 4가지 제도 중 유일하게 일반 근무 대비 “생산적이지 않다”(29.1%)는 의견이 “더 생산적”(25.7%)이라는 의견보다 많았다.

일·가정의 양립을 지원하자 생산성까지 높아진 사례는 해외 기업들이 보여준다. 일본 5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이토추상사는 출근시간을 당겨 오후 3시에 퇴근하고, 주 2회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면서 노동생산성(직원 1명당 순이익)은 5.2배 오르고, 직원 합계출산율은 3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연구원 조사에서 응답자의 8.8%만이 유연근로제가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늦게 출근하는 엄마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빨리 퇴근한 아빠가 아이를 데려오는 형태가 왜 한국에선 거의 불가능한가. 요즘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직접 키우면서, 일에서 얻는 보람도 느끼고 싶어 한다. 이들의 필요를 적극 수용해서 유연근무제를 일반화시키는 것이 저출생 해법일 뿐만 아니라, 결국 생산성을 높여 기업에도 이익임을 이번 조사 결과는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