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반도체 보조금 보따리 푼다... "삼성 등에 수십억 달러 지원 전망"

입력
2024.01.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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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3월 초쯤 지급 계획 발표 전망"
인텔·TSMC·마이크론 등도 포함될 듯
"바이든의 재선 전략 반영돼" 해석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3월 초 이전에 인텔, 대만 TSMC 등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업계는 물론, 각국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워 왔던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칩스법)의 주요 지원 대상이 드디어 발표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8월 서명한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확대에 총 520억 달러(약 70조 원)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금까지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받은 곳은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업체 두 곳에 불과하다. 거액의 보조금 보따리를 푸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반도체 산업 대규모 지원을 통해 '현 정부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전략이 반영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월 7일 바이든 국회 연설 전 일부 계획 발표할 듯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반도체 산업 부양을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원 계획이 곧 발표될 예정"이라며 "3월 7일로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국정 연설 이전에 일부가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유력한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꼽히는 업체는 인텔과 TSMC다. 인텔은 총 435억 달러 이상을 투입해 애리조나주(州)와 오하이오주, 뉴멕시코주 등에 공장을 짓고 있다. TSMC는 400억 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에 공장 2곳을 건설하고 있다.

WSJ는 그러면서 "삼성전자도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에 173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역시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얘기다. 아울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글로벌파운드리 등 미국 업체들도 보조금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반도체 통해 경제 성과 부각 의도" 해석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2월 칩스법에 근거한 보조금 신청을 접수했다. 170여 개 업체가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실제로 보조금을 받은 업체는 두 곳뿐이다. 지난달 영국 방산업체 BAE 시스템에 3,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처음으로 지급했고, 이달 4일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에 1억6,200만 달러를 두 번째로 제공했다. 칩스법에 편성된 예산 총액(약 520억 달러)에 비하면 극히 적은 액수다.

업계에선 거액의 보조금 지급을 미뤄 왔던 미국 정부가 현시점에야 '보따리 풀기'에 나선 건 바이든 대통령 재선 전략의 일환이라고 본다. 그의 적극적인 반도체 산업 지원책에 힘입어 제조업 부활,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효과가 생겼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 16일에도 반도체 연구개발 산학 협력을 총괄할 '국립 반도체기술진흥센터'(Natcast·냇캐스트) 설립을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반도체가 바이든 대통령 경제 정책의 중심이 되고 있다"며 "그의 경제 정책 성공을 주장할 근거가 반도체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의도와 관계없이 보조금 지급을 기다려 왔던 반도체 업계도 반색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TSMC는 지난 18일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불확실성을 이유로 애리조나 공장 가동이 당초 목표보다 최대 2년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결정되면 생산 돌입 시점을 다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